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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새해를 맞는다
  그것이 나의 미래를 유예해줄 것이라는 희미한 믿음
  바다가 가까운 마을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흰 송곳니를 들고 있었다

  아랫니가 빠지는 꿈을 꿨어
  그건 아랫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꿈이래

  그런 걸로 전화한 거야?
  집에 있는 내가 위험하겠어, 언니가 위험하겠어
  제발 스스로를 챙겨

  나는 레진으로 때운 송곳니를 목에 건다
  이런 것이 나를 지켜주리라는 믿음
  마음은 꺼내놓는 순간 흔들린다

  누군가의 은유적인 죽음을 마주하며
  상아질의 틈이 채워진
  흰 이를 쥐고 있었는데

  멀리 떨어진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서는
  오직 한 줄기 빛만을 볼 수 있다고
  가까이 다가가 오래도록 창 앞에 머물렀다

  *

  집이 아닌 곳에서 맞는
  새해는 낯설고 무거워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좁은 보폭으로 동네를 걸으면
  점점 골목이 좁아진다

  나는 이곳의 모든 길을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동쪽과 서쪽으로

  걷고 듣고 다시 걷는 동안
  항구에서 송곳니와 닮은 조개껍질을 주웠다
  한때 누군가의 집이었던

  해 아래
  검은 배를 따라
  몇 번이고 멈춰가면서 머물렀던 곳과 멀어진다

  바다에는 사소한 소리가 많다

  잃어버린 모든 것은
  뒷주머니에 있다
  가끔은 마음을 떨어뜨려도 괜찮은데

박다래

무언가를 쓰다가 자주 중단하고는 한다. 그 순간을 좋아한다. 계속해서 쓸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해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새해를 맞았다. 섬에는 일주일 동안 눈이 내렸고, 게스트하우스는 하얗게 얼었다. 한때 모든 색이 사라지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 희게 표백되지 못한 공간 사이에 우리가 있었다. 유리병을 옮기는 바람이, 눈앞의 것들을 검게 만드는 빛이, 이미 타버린 마루가 있었다. 어떤 일도 시작되기 전에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2024/06/19
6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