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나시아코스터
   ―현재 어트랙션 대기 시간 여기서부터 125분



   캐스트들 124분을 기다린 24명의 승객을 맞는다
   그들이 자신들 뒤로 끝없이 이어진 대기 인원을 잘 볼 수 있도록 어트랙션의 대기 공간은 계단 형태로 한 층씩 높여 설계한다
   멀리서 유타나시아코스터가 미끄러지듯 들어올 때 차량의 소음을 최대한 줄이고 친숙한 안내 방송 A-1을 세 차례 반복 재생한다
   
   이것은 놀이가 아닙니다 여기서는 이미 일어났던 놀이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지금이 있을 뿐입니다 현재가 있을 뿐입니다 오직 한 번이 있을 뿐입니다 행복의 절정 유타나시아월드1)

   바로 이어지는 안내 방송 A-2 녹음 시
   승객에게 젖는다 접는다 죽는다 세 가지 의미를 골고루 전달할 수 있도록 *를 신경 써서 발음한다

   모두 *습니다 다리 *습니다 발 다리 모두 *습니다 다리 다리 특히 다리 다리까지 모두 챙깁니다 여기는 유타나시아 한 자리에 두 분 한 열차에 스물네 분 머리 머리 머리 옷 옷 옷 신발이 다 *습니다 신발이 양말이 다 다 다 다 *습니다 머리부터 신발 머리부터 옷 머리부터 양말 옷 머리 신발 양말 *습니다 *는 겁니다 *습니다 *는 겁니다 몸통 *는 겁니다 반으로 꺾이는 겁니다 안 *을 수 없는 여기는 유타 유타 유타나시아 친구라면 연인이라면 가족이라면 사랑한다면 아낀다면 한 자리 두 분 두 분까지 탑승하면 *는 여기는 유타나시아 유타나시아월드 엄마 아빠 아들 따님 다 다 *습니다2)

   캐스트는 첫 번째 대기 승객 2명의 표정을 예의 주시한다
   안내 방송 A-2를 들은 승객이 대기 표시 줄을 움켜쥐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등의 행위를 감지하면 테이프 A-3을 신속히 재생한다 마지막으로 타는 어트랙션 기대돼 드디어 타는구나 기대돼 대체 줄은 언제 줄어드는 거야 하나도 안 무섭대 무섭다는 걸 느끼기 전에 행복해진대 기대 돼

   소리 파동이 열 번째 줄 승객까지 골고루 울릴 수 있도록 스피커를 계단 아래로 기울여놓는 걸 잊지 않는다
   어트랙션이 2분 동안 510미터의 높이로 고각 상승하며 최고 높이에서 마지막 안내 방송 A-4를 각 칸의 골전도 스피커를 통해 반드시 잊지 않고 재생한다

   지금 여기서 내리고 싶다면 빨간 버튼을 눌러주세요 캐스트가 15분 후 빨간 버튼을 누른 승객을 업고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충만한 행복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저 멀리 송아지 모양의 구름을 긴장을 풀고 바라보세요 자 하나 둘

   어트랙션이 우측으로 급커브를 돌아 직선 구간에 돌입하면
   *은 승객이 빠르게 하차하도록 캐스트는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3)



   “이 악마 같은 등나무 의자 같으니” 화가는 격하게 소리쳤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짐승은 처음 보았다”
   “그래, 날 자세히 봐. 난 생긴 그대로야. 더이상 변하지도 않을 거고”
   화가는 의자를 발끝으로 걷어찼다. 그러자 의자는 뒤로 물러나더니,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4)

*

   나 우기와 건기를 견디며 자랐고 뼈가 훤히 드러나게 몸을 성장하였소 팔꿈치 크게 열어 무릎을 넣고 나 우지끈 부러져 한동안 바닥에 누워 있었소 꿈인지 생신지 모르고 눈을 떠보니

   서향 창문 원고 더미 갈색 축음기 북쪽에 놓인 피아노 초록색 커튼
   스키와 기타5)
   나 그 가운데 앉아 있소 평생 그래야 할 것 같소

   화가가 밥을 차려 먹고 나가면 나 빈집에 홀로 글을 쓰오 낮에는 아는 화가에 대해 밤에는 모르는 화가에 대해 쓰오
   낮의 화가: 제품 번호 701.581.34 천연 라탄 소재로 시간이 흐를수록 멋스러워지고 개성이 느껴집니다
   밤의 화가: (아주 오랜 정적을 깨고) 그림은 말이오 (정적)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이라는 숙어에서 울려나오는 어떤 것6) (망설이며) 아니오?

   내가 만들어낸 낮의 화가들은 기울어 있소 다리는 붙어 있는데 서지는 못하오 한쪽 눈을 감고 한쪽 팔을 올리오 날카롭게 벼린 칼을 쥐고 세게 뻗으오 낮의 화가 1과 낮의 화가 2가 내 양 옆에 섰소 그들은 너무 눈이 부셔 나를 보지 못하오 낮의 화가들 서로의 급소에 칼을 정확히 찌르고 피가 사방에 튀고

   나는 그 가운데서 도망갈 수 없소

   밤의 화가는

*

   “멍청한 의자 놈아! 너는 모든 게 삐뚤어진 삐딱한 놈이야”

백가경

우리는 언제쯤 방 말고 집에 살 수 있을까? 혁명하고 싶다. 혁명하는 공간에 여러분을 초대하기 위해 저는 근면하게 던전을 더듬고 시로 옮깁니다. 조르주 바타유의 문장을 선물해도 될까요? 우스꽝스러워지지 않고는 깜짝 놀랄 일을 이룰 수 없다. 전복해야만 한다. 그것이 전부다.

2022/06/28
55호

1
페터 한트케, 『관객 모독』의 일부를 참고하였음.
2
‘소울리스좌’로 유명한 김한나의 안내 멘트를 참고하였음.
3
피카소, ‘Still Life with Chair-Caning’, oil and oilcloth on canvas, with rope frame, 1912.
4
헤르만 헤세, 「등나무 의자의 동화」, 『환상동화집』, 민음사, 2014.
5
이나미, 『나의 아버지 이효석』, 창미사, 1999. 중 일제강점기 이효석의 집을 묘사한 부분을 참고하였음.
6
Martin Heidegger, 『Holzwege』, Frankfurt a. M, 2003,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