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엽 시간



   너는 외우고 있던 창문을 모두 깨뜨린다
   이 풍경을 점거하기 위해

   돌에게 망설임을 가르친 적 있다
   숨죽인 아카시아가 더 많은 향기를 쥐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풍경이 가리키는 빈자리에 서본 일은
   어둠의 발상이 된다
   빛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너를 겪어내고 있는 상실의 단원 속에서

   더운 나라를 헤매고 있는 너를 만나
   냉장고에서 갓 꺼내온 물을 건네준 적 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는 외국어를 알아듣지 못한 채로
   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간다
   잃어버린 길을 간직하게 된다

   호주머니 속 뜻밖의 자두 맛 사탕이
   입천장에 흥건히 가시를 기르고
   깨뜨렸던 창문을 다시 넘어서게 만든다
   손전등 불빛 하나가 너를 놓치고 멀어질 때

   망설임을 끝낸 돌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너는 벌컥 쏟아지고 싶지
   강수량을 넘어서는 비의 굴절률로





   대공황



   우리는 난기류에서 만나 끄덕여온 모든 시간을 철회하고 바닥을 나눠가지게 되니까 좋아 납작할수록 유리한 진영을 숨기고 울퉁불퉁한 진실을 끌어안기 외면에게 외면을 선물하기
   두 배의 이끌림 곱절의 흔들림 속에서 헝클어진 머리가 꿨던 꿈을 복기해 봐 헷갈릴수록 선명해지는 기분을 이해하게 돼 절박하게 서로가 되어볼 수 있을지 이름을 바꿔 불러도 돌아설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벗어날수록 돌아가는 것 같아 이탈이 불가피한 겨를이 된 것까지도 난기류는 어쩜 이리도 아름답게 줄곧 사랑스럽게 난청을 속삭이는지 혼선은 줄넘기에 맞은 종아리처럼 깨어나고
   비행은 추락을 연장하는 사랑의 방식 가눌 수 없이 지친 서로의 균형이 되어가는 것 어쩜 좋아 난기류는 몸 안의 흐느낌을 모두 새어나오게 해
   누워서 천장을 그리는 아이의 종이비행기에 일그러질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환청의 재료로써 이름을 불러주는 일로 사랑을 끝내고 즐거운 난기류 멈추지 마 난기류 행복한 난기류

서윤후

이토록 열심히 베껴 쓰고 있는 것이 훗날엔 모두 미사일의 흔적으로 읽힐 것이다.

2022/03/29
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