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륙



   커튼을 걷고 들어가는 동안에 이곳은 사각형의 방이 아니다

   단순하고 완벽한 도형처럼
   도구 없이 그려낼 수 없는 믿음

   푸른 몸이 단추를 달고 팔을 들어올린다
   깍지 낀 손이 천천히 녹는다

   사람들은 몸 위로 흐르는 물결을 살피며
   부딪히지 않고 서로를 유영한다

   어떤 놀이의 규칙은
   아무리 어두워도 술래는 눈을 감는 것
   그것은 어렵지 않다

   네가 내민 손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것
   우리는 같은 곳에서
   가까워질 수 없다는 즐거운 긴장감

   떠날 수도 없고 기다릴 수도 없는
   우리의 규칙이 무서워 울었다

   물 안에 있는 나에게
   네 얼굴의 점들을 이어봐도 되니?
   친구가 묻는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니
   감은 눈들이 몸속으로 굴러 떨어진다

   지도를 돌려가며 읽어봐도
   너와 나의 거리를 구할 수 없다

   물결을 등지고 하얗게 무거워지려고 애쓴다

   나를 따라오는 나를 기다린다
   깨지고 느리다

   우리는 눈을 뜨고 커튼 밖을 나선다

   사람들은 없고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파울



   선을 넘으면 죽어
   흰 공이 어깨를 스친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등을 버린다

   얼굴만 피하면 돼

   림이 선을 지운다
   현이 넘어진다
   결은 현을 데리고 양호실에 간다

   공은 어쩌다가 코를 갖추고
   아무데서나 턱이 자라고
   입술을 불러오게 되었을까

   공을 든 사람의 시간이 세어진다

   나는 누구도 맞추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에게서 도망다닌다

   몇 명이나 살아남았니?

   죽은 아이들은 서 있다
   나의 등을 되찾아주려고

   우리는 흙먼지 속에서 같은 얼굴이 된다

   우리는 우리를 던지고
   우리를 맞춘다

   무효가 되는 죽음도 있다

   아무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선 안에 나만 살아남았다

유승연

작고 느리며 잘 부서지는 단단함 속에 삽니다.

2018/02/27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