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무대륙 / 파울
무대륙
커튼을 걷고 들어가는 동안에 이곳은 사각형의 방이 아니다
단순하고 완벽한 도형처럼
도구 없이 그려낼 수 없는 믿음
푸른 몸이 단추를 달고 팔을 들어올린다
깍지 낀 손이 천천히 녹는다
사람들은 몸 위로 흐르는 물결을 살피며
부딪히지 않고 서로를 유영한다
어떤 놀이의 규칙은
아무리 어두워도 술래는 눈을 감는 것
그것은 어렵지 않다
네가 내민 손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것
우리는 같은 곳에서
가까워질 수 없다는 즐거운 긴장감
떠날 수도 없고 기다릴 수도 없는
우리의 규칙이 무서워 울었다
물 안에 있는 나에게
네 얼굴의 점들을 이어봐도 되니?
친구가 묻는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니
감은 눈들이 몸속으로 굴러 떨어진다
지도를 돌려가며 읽어봐도
너와 나의 거리를 구할 수 없다
물결을 등지고 하얗게 무거워지려고 애쓴다
나를 따라오는 나를 기다린다
깨지고 느리다
우리는 눈을 뜨고 커튼 밖을 나선다
사람들은 없고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파울
선을 넘으면 죽어
흰 공이 어깨를 스친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등을 버린다
얼굴만 피하면 돼
림이 선을 지운다
현이 넘어진다
결은 현을 데리고 양호실에 간다
공은 어쩌다가 코를 갖추고
아무데서나 턱이 자라고
입술을 불러오게 되었을까
공을 든 사람의 시간이 세어진다
나는 누구도 맞추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에게서 도망다닌다
몇 명이나 살아남았니?
죽은 아이들은 서 있다
나의 등을 되찾아주려고
우리는 흙먼지 속에서 같은 얼굴이 된다
우리는 우리를 던지고
우리를 맞춘다
무효가 되는 죽음도 있다
아무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선 안에 나만 살아남았다
유승연
작고 느리며 잘 부서지는 단단함 속에 삽니다.
2018/02/27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