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시은계목



   내가 잘못했습니다. 누군가 사죄하는 속보. 껐다 켰다. 포어래피는 나에게 오래전 일을 알려 주었다. 그 일을 알고, 나는 의견을 갖는다. 식물도감에서 보호를 찾는다. 위 식물의 꽃말은 보호입니다. 위 식물은 삼 미터까지 자랍니다. 가지는 연한 회색빛을 띤 갈색입니다. 포어래피는 좀더 읽어 달라고 말한다. 맹아의 잎은 날카로운 가시로 끝나는 치아상의 돌기가 있으나 성목이 되며 없어져 밋밋하게 변합니다.1)
   포어래피는 프레스 방식의 스테이플러로 종이를 철하며 영혼이 들어오고 싶어할 만해. 라고 말한다. 식물에 대해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오래된 메모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내가 의견을 갖는다고 해서 그게 옳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문장의 출처를 덧붙이기 위한 괄호 안에는 아마도 수전 손택, 이라고 적혀 있다. 그닥 확실하지 않은 수전 손택. 이것은 거의 수전 손택에 가까운 수전 손택의 말이라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포어래피는 저화질로 멈춰서,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때 나는 오래전 일을 생각한다.





   포어래피



   키릴 문자로 쓴 주소.
   받아 적는다.
   헬로 월드. 프로그램은 인사한다.
   한국 영화 봤어.
   메시지를 확인하고.
   복사 붙여넣기 한다.
   그 영화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200명이 며칠째 달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89번이나 소리 질렀어요.
   저는 9번, 89번 소리 질렀어요.
   번역기는 이상한 말 잘한다. 행 인 데어.
   사실 나도 그 감독 영화 싫어해.
   분리배출하고.
   후원금을 입금하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시 열여섯 행 쓰고.
   포어래피에게 보낸다.
   포어래피는 나의 시 아래
   보라색 혀를 그린다.
   고유 명사 제목은 별로다.
   행 인 데어는 좀 힘내란 뜻이다.
   거의 다 준비되었다는 인상.
   혹은 지난 날씨에 대한 생각.
   줌 인과 달리 인.
   구별해서 적는다.
   복사 붙여넣기 한다.
   로드 뷰에 남은 사람.
   그 사람 나 같아.
   그 사람 생각 좀 해.
   좀 가벼운 생각.
   그래 행 인 데어.
   받아 적는다.

배시은

작문 훈련을 합니다.

2021/03/30
40호

1
이창복, 『원색 대한식물도감』, 향문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