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



   잘못도 없는 토끼가 묶여 있어

   얼마 전엔 작은 쥐들이 있었는데

   토끼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동자는 반짝인다
   죽어가는 모습을 놓치지 않겠다고

   사람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걸 모르고

   투명한 유리병은
   누군가의 뒤에 숨지 않는다

   새빨간 눈동자는
   숨겨지지 않는 것이고

   배를 가르면 속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속은 까말 것이다

   계속되는 실험은
   온몸을 비겁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모를 거예요
   누군가 말하고

   토끼는 죽기 직전에도
   서로의 몸을 핥아준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동물의 삶을 끝내는 일은 얼마나 지속될까





   아무도 없는 집



   아무도 없어서 가장 밝은 곳을 찾아다닌다 너는 이제 가장 밝은 곳이 가장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변기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난다 버튼을 누르면 눈물이 흘러가고 물이 채워지면 모든 게 없었던 일이 된다 모든 게 이런 식이야 속삭인다 곧 갈 거라는 말을 당분간 가지 않을 거라고 읽으면서 기다리다 보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무서워진다 누군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 소리를 지르자 혼자인 게 더 확실해지고 구멍이 생길 것처럼 천둥이 친다 어디 있는지 모를 개들이 짖고 점점 커지는 소리를 듣는다 무서움은 증폭되는 것이다 번개에 맞은 사람을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다가 그런 일에는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을 고친다

차유오

나는 너를 알지만 너의 마음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런 마음으로 시를 쓴다.

2020/06/30
3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