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람



   나는 친하지 않은 친구들 앞에서도
   옷을 망설임 없이 벗는 편이었다

   무리 중에 몇몇이 키득거렸고

   금세 티셔츠를 빠져나온 나는
   운동을 오래 해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괜찮다는 말은
   벽돌 나이프 유리

   날짜가 지나거나 임박한 것을 먹느라고
   자주 탈이 났다
   누군가 다가오면 까만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언제나 배고프고
   한동안 살아 있는

   새를 후, 하고 불면 새벽이 날아갔다

   수업이 끝나면 한강으로 몰려갔다
   낚싯대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
   강바닥의 어둠을 천막처럼 바로 세우기도 하고

   다섯 여서엇
   속으로 숫자를 세며

   폭죽에 불을 붙였더니
   아름다웠고
   생각이 조금 짧아졌다

   몸을 연료로 더 멀리

   언제쯤 사람다워질까?
   무리 중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나는 몰래 사탕을 먹었다 가끔 혼자 떨어져

   다다른 곳은
   어둡고 습한 체육관 창고

   나 말고도
   창백한 얼굴로 다급히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표범의 마음



   차창에 기댄 채 눈을 감으면
   키가 큰 순서대로 몸 안에 들어오는 나무들

   아주 빠른 속도로
   나는 누군가의 갈비뼈 안에 있다

   깜빡 졸았어 미안해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차가 신호 앞에 정지하는 동안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온다
   어제는 누가 죽었고 어디서 발견되었는지
   카펫 아래 숨겨놓은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내가 범인이라면
   아주 사나운 동물의 몸속에 들어가 피신하겠어
   아마도 표범은 느리게 중얼거리겠지

   왜 배가 고프지 않을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이상한 마음을 먹은 바람에
   표범은 영영 무리로는 돌아갈 수 없겠구나
   그는 핸들의 방향을 틀며 웃는다

   표범의 내부는 어두워서
   나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터널에서 벗어날 즈음

   옆에 앉은 그는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고 한다

   머리 위로
   울창하게 드리운 갈비뼈를 부러뜨리지 않으려고

   나는 손을 뻗지 않는다

   좀 웃어봐,
   누군가 그렇게 말하면
   웃고 있다고 대답한다

조해주

운동 부족.

2019/11/26
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