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



   우리는 긴 벤치에 앉아
   모래성을 쌓고 있는 아이들을 본다

   해변에는 튀어나온
   돌부리 같은 것이 있고

   졸고 있는 내게 당신은
   피곤하면 기대어 조금 자라고 한다

   몇 사람이 돌을 놓고
   몇 사람이 지나간다

   아이들은 구덩이만큼의 깊이로
   모래를 쌓고

   모래를 덮고 누운 한 사람 위로
   바다가 밀려온다

   긴 벤치에 앉아
   잠시 불편한 자세로 기대어 있는 저녁

   지나는 그림자 위로
   돌들이 쌓여 있다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면

   안에서 밖으로
   아이들이 달려나가고

   벌어진 입속에서
   당신이 조용해지고 있다





   산책



   넝쿨 그림자가 벽을 지나며 자라고 있다

   오늘은 생각이 많은 너에게
   어울리는 신발을 선물할 것이다

   이렇게 긴 벽은
   다시 보지 못할 거야

   걸음이 빠른 너의 뺨 위를
   가는 그림자가 기어가고

   우리는 모퉁이를 돌며 오후를 지난다

   벽면에 비친 우리의 그림자는
   우리보다 키가 크고

   한 사람처럼 방안을 서성인다

   너는 생각이 많으면
   없어질 때까지 걷는다고 한다

   희고 긴 팔에 누워
   촉각 없는 곤충을 상상하는데

   불을 좀 꺼달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최윤빈

나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과 땅에 발을 딛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

2019/06/25
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