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공원



   아는 것을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네가 바다라고 부르는 곳을 나는 바다라 부르지 않는다 다만 둘이 되기 좋은 곳 한 겹씩 벗어 던져도 춥지 않은 곳 하나가 되기 좋은 곳 우리는 걷지 않아도 새로운 길을 보았고 그것은 처음이고 나중이었다

    우리는 거인의 눈물

    몸만 기억하는 전생

        동       그 랗       고
                                           부드러 운 거     울
                              넘쳐
                                      흐    르 는       거         품
     을 닦   을

줄 모           르 는                   유리       잔

                     몇       번을     닦

                                            아도 다 시 남는 자
                                                                         국

     다카      포    앞
                                       에    놓
                                                            인
                                                                   음  계

    헤엄은 혼자 하는 것이고
    둘에 한 사람은 힘을 놓아야 하는 것이고
    기다릴 순 있어도 손깍지는 못 하는 것
   
    너는 이리 와서 슬픈 무늬의 물고기를 보라 한다
    슬픈 무늬의 물고기는 다른 곳으로 가고 없다
    나는 슬픈 헤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포말, 윤슬, 포말, 윤슬, 포말, 윤ㅅ……
   
    여태껏 배우지 못한 모국어처럼
    출처가 불분명한 저주처럼
    기억할 수 없는
   
    너를 업고 돌아가는 길
    뚝뚝 떨어지는 우리의 그림자가 햇빛에 마르는데도
    나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너는 없고
    젖으면 선명해지는 글자들이 있다





   로스토프1)



   우리의 마지막 겨울은 검은색 울음
    잡아 뜯으면 벗겨낼 수도 있을 것 같아
    울음의 걸음걸이를
    들썩이는 어깨와 이빨을

    해가 사라질 때까지 통곡하는 법을 배워보려고 했다
    울음의 테두리에는 모서리가 없다

    한 때는 내게도 애완견이 있었지 사라진 마을 속 친구가 버린 내 요크셔 수업 시간에 잃어버린 내 요크셔 어떤 요크셔는 죽었다는 것을 아는데 어떤 요크셔는 여전히 어디선가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고 있을 것

    녹으면 사라질 손을 잡고 뛰어간다
    추위는 왜 알면서 서두를까

    먼 여름의 이름을 알고 나니
    그 이름은 입김 같고
    나는 새빨간 얼굴을 하고서
    그 이름을 여러 번 불러본다

    그러면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지
    이게 사랑인지 모르겠어

    울음은 두껍고 멀어서 닿지 않는다
    그는 너무 쉽게 열고 닫는다

    녹슬어가는 어둠을 본다
    유리 지붕으로 희미한 것들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을 본다

    소리가 없는 것이었다

유승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위로보다 나은 게 뭘까. 언젠가 이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18/10/30
11호

1
러시아 야로슬라브 주(州) 도시. 2010년 한-러 수교를 기념해 서울대공원으로 온 시베리아 호랑이 수컷의 이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