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땀 많은 손을 가졌다는 건
   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져왔다는 뜻

   그 손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나의 소문을 듣게 되었다
   고도비만에 몇 년을 시달리다 고민 끝에
   오락실 주인이 되었다는

   기분이 괜찮았다
   동전 열 개를 한 번에 집어내는 나
   내 이름을 입에 올린 이들은
   축축해진 동전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을 것
   나는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임을 본 적이 없다

   애인들은 떠나갔다
   초인종은 누군가 방문하기 전과
   후로 시간을 나누어 놓고
   나는 아주 감각적인 방식으로 익은 감의 껍질을 벗기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 창밖으로 새가 날아가는 것은
   나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오락실에 불이 났고
   내 손은 더 이상 땀을 흘리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문을 내 보면 어떨까
   미소 짓다 잠이 든다

   빨간 벽돌집 초인종 앞에 서서 망설이는 밤
   살아있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



   날씨가 좋다
   아침에 머리를 빗으면
   집 앞에 웅덩이가 생긴다
   웅덩이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
   웅덩이와 나 사이에 병원이 들어선다
   병명을 얻어 가는 아이들
   기침하거나 하품하는 아이들
   부드러운 게 필요하면 피아노를 치렴
   두 손이 동시에 다르게 움직이는 게 신기하구나
   지폐와 티슈를 찾아다니는,
   죽은 고양이를 봤을 때처럼 차분한,
   햇빛 속에 방공호 하나씩을 가진,
   끝내 처방전을 손에 쥔 아이들
   너넨 참 이상하게 지저귄다

   오후에 머리를 빗으면
   웅덩이에서 내가 나온다
   웅덩이에서 태어난 나는
   웅덩이의 물을 다 마신다
   바닥까지 긁어댄다
   나는 그 소리를 받아 적는다
   두려움은 늘 작은 도움을 주지
   나무들이 먹구름을 토해내는 동안
   엉덩방아 찧은 새들은
   의자를 고안한다

   한밤중에 머리를 빗으면
   나는 좁은 길이 된다
   여기는 어디의 샛길이지?
   여기는 어디의 샛길이야?1)
   낮에 받아 적은 소리들 아래 밑줄을 긋는다
   그 위로 그어지는 빗금
   내가 구독하는 처방전이다
   한밤중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으며
   코미디언 흉내를 내고
   사람이 되는 꿈을 꾸면

권하준

1989년 태어남.
입고 난 옷은 바로 빨래 바구니에 넣어야지, 하는 결심은 안 지켜진 지 오래다.
이사하는 날에는 파란색 트럭이 왔다.

2018/07/31
8호

1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