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게 속삭이는 사람



   더이상 채찍과 결박에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너를 데리고 왔다 호기심이 대단해서 곁눈가리개를 못 견뎌 한다고도 했다 곁눈가리개부터 없애주었다 그래도 한동안 땅을 차고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다 멈춘 너는 지쳐 잠든 것처럼 보였다 한 뼘 가까이 다가갔다 귓속말로 참 외롭고 힘들었겠구나, 라고 인간의 말을 속삭일 뻔했지만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속삭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한 뼘 더 가까워졌을 때 너는 홀로 있기보다, 위로받기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먼 데 꽃 피고 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피고 지는 이야기는 끝이 없구나 없는 거구나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



   장난감신부살결에서 이따금 우유내음새가 나기도 한다. 머지아니하여 아기를낳으려나보다. 촛불을끄고 나는 장난감신부귀에다대이고 꾸지람처럼 속삭여본다. “그대는 꼭 갓난아이와 같다.”고……1) 장난감 신부도 아니면서 살결에서 우유내음새가 나는 한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머지않아 아기를 낳을 일이 없다 꾸지람처럼 속삭여보아도 좋다 그대는 꼭 갓난아이와 같아서

이은규

말에게 속삭이는 한 사람과 장난감 신부에게 속삭이는 한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2020/02/25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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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시 〈I WED A TOY BRID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