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손가락



   겨우 가라앉혔는데
   말갛고
   긴 손가락으로
   찬 등을
   둥글게
   문지르고
   문지르고
   자꾸 문질러서
   호수는
   흑, 하고 말았대요.





   땅패랭이꽃



   엄마가 집에서 울기만 했다

   뒷집 아저씨가 우리집 둘레에 땅패랭이꽃을 심었다

   우리집을 다독다독하는 꽃

   꽃길을 따라가면 아저씨 집이 나온다.

주미경

동화와 시를 번갈아 만났더니, 둘 다 토라졌다.
속상해서 짜부라진 고양이 얼굴 앞에 내 얼굴을 뉜다.
꼬리로 살랑, 건드리지는 말라고 말한다.
난 더 슬퍼진다.

2021/09/28
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