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창덕궁의 봄 / 기도
창덕궁의 봄
안에 들어가면 좋아유?
아즉 못 들어가 봤구먼유
날 좋으믄 돈 벌어야 허고
날 궂으믄 청소허고 빨래허야 허니께
여그서 10년 넘게 장사했어도
창덕궁 대문허고 기왓장이나 봤지
아즉 못 들어가 봤구먼유
꽃도 이쁘고 궁도 이쁘다구유?
구중궁궐 안에는
꽃피는 봄이 있겄지유
다음 생에는 꽃귀경 헐 수 있을랑가
에고, 봄도 꽃도 미련 읎구먼유
이 생에 죄 안 지었응게
다음 생은 없겠지유
기도
수지는 엄마랑 성당에 가요
꽃을 바치고 헌금을 냅니다
신부님이 함께 기도해 줍니다
준수는 할머니랑 절에 가요
쌀을 바치고 연등을 답니다
스님이 함께 기도해 줍니다
다영이는 엄마 얼굴도 몰라요
다영이 할머니는
폐지 줍느라 날마다 바빠요
다영이 소원은
누가 들어줄까요
금해랑
창덕궁 앞에서 국화빵을 팔던 할머니, 나의 봄날 하루를 할머니께 드리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교회와 사찰에서 기도를 마주할 때마다 정작 그곳에 닿지 못한 기도가 눈에 밟혔다. 유토피아가 있다면, 누구나 근심 없이 꽃을 보는 세상이 아닐까. 차안과 피안의 경계에서 서성대다 가난하고 외로운 아이와 만난다.
2018/05/29
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