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생길 때마다
   보일 때마다
   털어내고
   없애버리지만

   가장 높은 곳에도 있을 수 있고
   가장 낮은 곳에도 있을 수 있고
   가장 멀리도 갈 수 있고
   그 자리에서도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갈 수 있는
   나는
   먼지야

   높이 있다고 가장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낮게 있다고 가장 못난 것도 아니고
   멀리 갔다고 항상 멀리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자유로운 먼지야





   조약돌



   네가 참 예쁘다
   햇살에 비치는 네 반짝임도 그렇고
   그늘진 곳에서의 차분한 네 빛도 그렇고
   넌 늘 네 빛대로 어여쁘다

   풀 한 포기 삐쭉 고개를 드밀어도
   기꺼이 네 틈을 내어주고
   같이 살아가고 어울리는
   넌 네 식대로 어여쁘다

   지나가는 곤충들이
   온몸을 간질이며 지나가도
   그 무게와 그 뾰족함으로도 해치지 않는
    넌 네 모습대로 어여쁘다

   흙더미에 올려놓아도
   물가에 내려놓아도
   어디서든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넌 네 느낌대로 어여쁘다

이영진

자연과 삶에서 느낀 마음과 생각에 대해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상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고 글로 전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 없음에 대해 계속해서 알아가고자 합니다.

2018/02/27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