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바람 부는 날 / 어마, 넋들라
바람 부는 날
올망졸망 바위들
벌써 줄 서 있어요.
파도는
마음이 바빠져요.
살살 달래며 때 밀고
거품 내 문질러요.
철썩철썩
가쁜 숨 몰아쉬고
박박박 때를 벗겨요.
철헉철헉
-파도 엄마 몸살 나겠다!
어마, 넋들라1)!
동생이 죽을까봐 무서웠어요.
낮에 어멍이 밥 짓는데 동생이 울어대자 동생을 둘러업고 뱅뱅 동네를 돌았어요. 조그만 언덕배기 자갈길 지날 때 미끄러워 넘어졌어요. 뾰족한 돌멩이에 동생 이마가 쏙 들어갔어요. 피가 났어요. 동생이 큰 소리로 울었어요. 나도 주저앉아 울었어요. 울음소리에 어멍이 달려왔어요. 동생은 병원에서 다섯 바늘을 꿰맸어요. 어멍에게 혼날까봐 겁이 났어요. 밥을 먹을 수가 없었어요. 옷에 오줌도 쌌어요. 어멍은 욕도 하지 않고 심방 할망 집에 데리고 갔어요,
할망은 내 머리를 쓸어내리며 어마, 넋들라! 어깨와 팔을 쓸어내리며 어마, 넋들라! 등을 토닥이며 어마, 넋들라! 하영 놀래신게. 이젠 조들지 말라!
트림이 나오고 울음이 쏟아졌어요. 할망이 이젠 되었다. 말해줬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멍이 사준 보리빵이 맛 좋았어요.
*
심방 할망: 무당 할머니
하영 놀래신게: 많이 놀랐구나
조들지 말라: 걱정 마라
박진형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어린이였던 어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시는 늘 설렘을 안겨줍니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문학의 힘을 믿고 위로와 꿈, 사랑을 줄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한걸음 내딛습니다.
2022/02/22
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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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사람들은 잉태, 출산, 태어난 아이가 열다섯이 될 때까지 무탈하게 잘 자라는 것은 삼승 할망 소관이라고 믿었고 영혼과 육체가 하나로 온전하게 합쳐 있어야 건강하다고 여겼다. 넋들라는 심방이 넋을 불러들이는 치료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