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1.
   어릴 적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은
   라라였다

   시계 소리 철컥이는 집
   쉬는 시간 삐걱대던 교실

   라라를 불러 얘기하면
   잠잠해졌다

   2.
   어느 날 라라가 떠났다
   라라의 집은 나인데
   라라도 어디론가 갈 수 있구나

   3.
   작별 인사 못한 라라가
   새 친구를 보내주었다

   그 아이 집은 내가 아니고
   교실에는 그 아이 번호가 있지만

   나는 그 아이와
   어디를 가든 같이 있고
   무얼 하든 함께 한다

   그 아이 눈처럼 보고
   그 아이 생각처럼 생각한다
   라라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라라를 상상했고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한다





   24시간 순댓국



   편의점 컵라면 대신
   24시간 순댓국집에서 야참을 먹으면
   어른인 걸까

   친구랑 분식 3인분 시켜 먹고
   아이스크림에 수다까지 얹었어도 배고픈
   밤 11시

   가로등보다 환한 유리벽 식당에서
   안경 너머 눈망울 까만 언니가
   호록호록 순댓국 먹는 걸 보니
   당당하게 문 열고 들어가 옆자리에 앉고 싶다

   ―언니, 나 못된 남친 차버렸는데 왜 배가 고플까

   24시간 순댓국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어른은 알까

   못된 남친 같은 건 스물네 번씩 차버리고도
   24시간 멀쩡히 지내며
   순댓국에 밥 말아
   깍두기까지 아작아작 씹어 먹는 법

김유진

동시집 『뽀뽀의 힘』을 펴냈습니다.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로 끝나지 않을 고민은 장르 자체에 대한 질문입니다. 아동청소년문학이란 과연 무얼까 하는 질문으로 동시와 평론을 썼습니다. 질문을 따라오다보니 ‘청소년 시’에 멈추어 서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시를 읽으면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럼 청소년소설은 왜 필요한가요? 청소년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담아야 좋은 청소년 시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럼 생활동시는 왜 비판받나요?

2017/12/26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