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우리 집에 놀러 와 / 귓밥
우리 집에 놀러 와
엄마,
이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와
나는 대장간 2층
노란 집에 살 거야
문마다 멋진 고리를 달고
엄마를 위해 특별히
무쇠로 된 꽃을 만들 거야
내가 두들겨서 만든
장난감처럼 예쁜 찻잔에
허브차를 대접할게
무서운 꿈을 꾸면 나를 불러
내가 큰 개를 데리고 올라가
밤새 엄마 옆에 있을게
엄마,
이다음에 꼭 우리 집에 놀러 와
대장장이는 안 된다는 말 말고는
무슨 말을 해도 돼
나는 언제나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이야
귓밥
세 개는 모자라
하나만 더 파줘
나는 손을 벌리고 기다린다
아빠는
가만히 있으라고
눈 감고 있으라고 한다
실눈을 뜨고 있을 거야,
내가 눈을 감으면
아빠는 아빠 귓밥을
나한테 줄지도 몰라
김개미
환하게 피고 싶었어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미소 짓는 장면, 이 동시가 그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저에게 환한 봄 햇살이 도달할 거예요. 저는 환하게 피겠죠?
2019/02/26
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