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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안내 심의총평

연극 부문 2nd Seoul Arts Awards

최우수상 선정작인 연극집단 청춘오월당 <우리교실>은

폴란드 극작가 타데우시 스와보지아네크의 희곡을 극단 청춘오월당의 전용환이 연출했다. 이 작품은 버려진 교실을 무대로 이제는 유령이 된 같은 반 친구들 10명의 이야기를 통해 폴란드의 현대사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폴란드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식민지배를 받았던 나라로, 이 작품은 제1,2차 세계대전 등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며 폴란드가 처한 문제들을 시의성 있고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이념, 종교, 국가, 인종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치부를 환기하며 폴란드처럼 격동의 역사를 겪은 한국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었고, 여성의 고난 등을 그리는 장면 등은 전형적이지만 폭력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시의적이었다. 여기에 무대, 배우들의 연기, 음악 등 여러 요소가 앙상블을 잘 이뤘다. 독특한 질감이 느껴지는 세트,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빛과 색채 이미지 덕분에, 무대 공간이 폴란드의 작은 교실이자, 마을이며, 역사적 공간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그 상징적 의미를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형상화 할 수 있었으며, 중견 배우들의 신체훈련과 집중력 있는 연기, 전반적인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였다.
포스터-우리교실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극작가동인 괄호의 <다른 부영>은

포스터-다른 부영
극작가 동인 그룹이 추구하는 공동극작/함께쓰기의 방식이 그간 매우 진화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이들의 글쓰기 방식은 동시대 극작술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단발성의 시도가 아닌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고 있기에, 이러한 방법론은 연극계에서 주목할 만한 담론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동시대 여성서사/청년서사의 한 사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 주제적 측면에서 보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연출적 과정 –신파적 연기 설정, 장면 전환의 방식, 관습적 여성성을 탈피한 캐릭터 등의 B급 정서가 농밀한 방식-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공동으로 창작한 대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주제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높은 문학성과 연극성을 보여준다. 무대 연출 면에서도 과장된 액션과 희화화를 통해 감정을 극도로 절제한 점이 돋보이며, 조명과 음악을 활용하여 장면 전환을 빠르고 다양하게 가져간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연기 면에서도 앙상블이 잘 맞았고, 과장된 희극적 연기와 자연스러운 사실주의 연기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선과 발상을 보여주는 창작극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창작극 레퍼토리의 다양화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 기대된다.

무용 부문 2nd Seoul Arts Awards

대상 선정작인 99아트컴퍼니의 <제ver.3 타오르는 삶>은

2016년 국립현대무용단과 스웨덴 스코네스댄스시어터의 교류 사업인 ‘스웨덴 커넥션’에 초연돼 호평 받았으며 이번이 세 번째 버전이다. 한국무용의 승무 장단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노동과 삶 속에 깃든 숭고한 가치를 담아내고 있으며, 유럽에서 안무가겸 무용수로 활동하는 안나 보라스가 참여해 외국인 무용수가 추는 한국 창작 무용의 춤사위 또한 볼 수 있었다. 노동에 관한 탄탄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오브제, 조명, 의상, 음악 등을 통한 다각적인 표현 방법이라든가 국내외 무용수와의 밀도 있는 협업을 통해 한국창작춤의 저변을 확장한 점이 고무적이다. 노동이라는 주제에 대해 제의적으로 접근하며, 노동의 숭고함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춤의 미학적 특징을 살려 한국춤에 기반한 창작춤의 형식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동시대의 상상력과 전통무용의 기법을 접목시켜 수준 높게 형상화하였으며 신체미학적 완성도와 무대의 요령 있는 활용이 시너지를 이룬다. 무엇보다 99아트컴퍼니를 이끄는 장혜림은 열악한 한국무용 분야에서 샛별처럼 등장한 재능있는 안무가로, 한국 창작춤 분야의 미래가 기대된다.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시나브로 가슴에의 <Earthing>은

밀도 있는 안무 및 실연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젊은 무용가들에게 작품 창작(과정)에서 하나의 선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본 작품은 안무가 권혁의 창작적 상승에서도 주요한 가치를 지니는 작품 중 하나로 여겨진다. 단체 특유의 반복 형식 속에서 절제된 동작과 표현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 기반인 농경사회의 공동체 풍경을 그려냈다. 특히 국제적 협업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단체의 작품색을 지켜내며 완성도를 높였기에 이를 우수하게 평가하였다. 빛과 몸, 소리와 공간이 잘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무엇보다 움직임에 집중하여 치밀한 구성으로 연출하는 안무성향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음악 부문 2nd Seoul Arts Awards

최우수상 선정작인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바흐 마태 수난곡>은

정련된 앙상블과 극적 기복이 어우러진 수준 높은 해석으로 기념비적 명곡인 바흐의 작품에 동시대적인 감동을 불어넣었다. 규모가 방대하여 잘 연주되지 않는 마태수난곡의 실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바로크 음악 연주에 대한 충분한 학습과 실전을 지닌 연주자들이 모여 한국 바로크 음악 연주의 정점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합창단과 솔리스트, 무엇보다 한국에서 ‘고악기’로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우며, 본 공연의 높은 완성도를 통해 한국의 고음악, 종교음악, 합창 및 연주가 모든 면에서 특별한 기준이 세워졌다. 특히 김선아 지휘자의 활동은 여러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생각하는데, 한국 음악사 혹은 공연사에서 중요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이문희의 이문희 작곡발표회 <재활용 협주곡>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재연 가능한 콘서트용 작품으로, 존 케이지가 여러 정크 퍼커션을 사용한 이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분야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적절한 시나리오를 넣어 환경 문제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무대와 공연의 집중도 또한 높아, 작품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경고라는 육중한 메시지와 작곡가 고유의 독특한 음악어법이 조화를 이룬 흥미로운 무대로 동시대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진전시켰다고 평가한다.

전통 부문 2nd Seoul Arts Awards

최우수상 선정작인 전통창작집단 4인놀이의
<2023 전통창작음악집단 4인놀이 10주년 기념 콘서트 “X”>는

전통과 재즈의 크로스오버 연주가 식상하지 않으며, 국악 전문가와 일반 관객들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작품성과 연주 기량이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또한 국악 공연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구성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전통분야 최우수상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보인다. 전통예술의 장르적 특성, 작품성, 관객과의 소통, 동시대적 감각 등 이 시대에 적합한 ‘전통예술’의 창작과 발전 가능성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서울예술상의 수상작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다시 만나고 싶은 예술가’,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 평가한다.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방지원의 <무조巫祖> : 순환으로부터는

방지원을 비롯해서 굿 분야 젊은 연희자들이 굿의 즉흥성, 현장성, 대중성, 퍼포먼스를 살려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한 공연이었다. 연주뿐만 아니라 연희, 움직임, 소리 등이 훌륭하게 어우러졌으며, 이를 통해 공연 장소의 열악함까지도 극복한 공연이었다. 이는 젊은 연희자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이런 의미에서 포르쉐 프런티어상에 적합한 공연으로 평가하였다.

시각 부문 2nd Seoul Arts Awards

최우수상 선정작인 신미경의 <시간/물질 : 생동하는 뮤지엄>은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정체되지 않은 국가와 문화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온 중견작가인 신미경의 개인전으로, 코리아나 미술관의 개관 20주년 기념 초대전으로 이루어졌다. 전관을 아우르며 20년 가까운 작가의 작업세계를 조망했던 이 전시는, 아티스트 토크 등 전시연계 프로그램과 더불어 다수의 전시 관련 매체 리뷰들을 통해 대중과 미술계에 주목을 받은 성과로 이어졌다. 중견작가로서의 탄탄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자기 등 새로운 재료와 기법의 탐구에 매진하며 자신의 예술세계의 확장과 새로운 시도에 늘 한결같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그 규모나 예술적 완성도, 콘텐츠에서 맥락을 이어가는 동시에 새롭고 다양한 방법론을 펼쳐내어 미술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전시의 완성도와 더불어 비평적 담론의 지속적 확장이 단연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최근 지원 사업의 개별적인 지원금 규모가 커지다 보니 지원금을 활용한 전시의 질적 완성도 및 성취에 주목하여 그 의의를 꼼꼼하게 살피게 됐는데, 계획 대비 실현 규모, 전시 충실성 등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전시 사례가 생각보다 많았고, 그런 점에서 신미경 작가의 개인전은 단연 우수하고 모범적인 사례의 기준이 될 것 같다. 신미경 작가는 최근 국내 국공립미술관(아르코미술관) 뿐만 아니라, 비영리 전시공간(씨알콜렉티브), 사립미술관(코리아나미술관) 등에서 중간회고전, 신작발표회, 비평적 담론 확장 등 각각의 기관에 적합한 창작 활동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왔다. 국제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동시대 대한민국 서울에서의 미술 전시회’의 긍정적인 현재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될 만하다 평가하였다.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김동희의 김동희 개인전 <HALL2>는

물리적 공간을 활용한 작가 특유의 감각적 전환을 매우 능숙하게 보여준 전시로서, 전시의 완성도와 더불어 미술계 안에서 비평적 논의의 가능성을 제시한 전시였다. Hall 1, 리버스 마운틴, 리이스로스터스 등 서로 다른 공간으로 연결된 공간 안에 삼각형이라는 모티브를 도입하여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창조적으로 변형되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현대미술의 방법론을 공간, 건축, 환경적 요소와 결합하여 새롭게 확장하는 실천적 자세가 흥미로우며, 전시기획안의 계획 대비 실현, 전시 작업의 내용, 전시 공간의 연출 등 여러 면에서 완성도 높고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김동희 작가는 2010년대 등장한 젊은 작가 세대의 중심축으로서 ‘공간’을 둘러싼 개념적이고 물리적인 논의를 지속해 왔으며, 이는 초기에 전시 플랫폼 만들기/점거하기, 전시 공간 뒤집기, 전시 공간 만들기(Hall1) 등을 거쳐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의 방향성을 내부로 전환시켜 감각적인 형식 실험에 도전한 것처럼 보인다. 미술계 안에서도 이에 대한 비평적 관심을 크게 보였으며, 이는 “포르쉐 프런티어상”이 단지 신진 작가의 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작가 개인에 대한 비평적 담론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더불어 미술시장에서의 유통과 자본이 미술계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지금, 김동희 작가의 설치 작업은 시장의 관점으로부터 거리를 의식하지 않은 채, 공간의 규모에 가장 적합한 설치와 활용에 대한 연구에 집중된 예술과 일상간의 긴밀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관람자와 사용자의 경계와 미술관 노동의 경계를 다루며, 공간과 조형성의 균형을 미묘하게 넘나들면서 김동희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만들어오고 있는 이 작가의 프로젝트는 이번 전시에 있어서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공간과 조형, 관람객까지 아우르며 실험성을 진지하게 드러내면서도 완성도를 위한 형식과 내용의 다각적인 연구 결과물은 작가의 프런티어적 태도에 있어서 충실한 모델이 되고 있다.

다원 부문 2nd Seoul Arts Awards

최우수상 선정작 적격자 없음

평가위원들의 점수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채점 결과 재단이 부여한 ‘최우수상’에 적합한 점수대 이상을 받은 후보작품이 없었으며, “다원”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제시한 프로젝트 또한 부족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새로운 언어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사례 보다는, 기존 전통적인 매체나 작품 만들기 방식에서 서툰 채로 새로운 시도 정도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다원예술’이 특정 장르를 지칭하는 용어로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혼선이 있는 상태에서, 다원예술 분야 선정자들의 프로젝트에서는 본 영역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노력이 치열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이를 통해 예술의 방법론, 담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어야 하는 시기라 생각된다. 최우수상 선정작을 선뜻 뽑지 못한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며, 빠른 미래에 다원 분야에서 보다 완성도 있고 연구의 충실성으로 이를 정립할 수 있는 작업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포르쉐 프런티어상 선정작인 이연석의 <눈 먼 입 Eyes Far Lips Act.2>는

서로 다른 매체의 연접을 시도한 부분에서 ‘다원’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잘 보여주고 있다. 회화 작업을 하는 이연석은 글, 사운드, 영상, 의상, 퍼포먼스 등에서 다양한 협업자들과 함께 전시 및 공연의 형식을 빌어 회화를 다른 매체 형식들과 마찬가지로 ‘시각적 감각’의 차원 안에서 동기화 하려는 실험성을 드러냈다. 다소 실험적이고 명확한 접근이 어려운 프로젝트였을 수도 있으나, 회화의 형식에 대한 동시대적 재해석이라는 비평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실험성이 돋보였고 이를 협업자들과 굉장히 밀도감 있게 잘 구성한 전시/공연을 제시했다.

퍼포먼스는 매체 특성상 기존의 사례가 많거나 그걸 배울 수 있는 구조가 흔치않아, 작가가 직접 겪어보면서 수정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할 때 더 많이 경험을 해봐야하고, 다듬어져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퍼포먼스라는 형식에 대해 집중하고자 하는 몰입도가 높은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 작가 자신만의 방식과 언어를 더 갈고 닦아 발전한 다음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 부문) 2nd Seoul Arts Awards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선정작인 작당모의의 <싸움의 기술, 졸>은

뒷방 노인 취급을 받던 노인이 동네 공원 장기 시합에 참여하면서 ‘졸’이 ‘왕’을 잡는 장기판 전쟁을 통해 흥미진진한 싸움의 기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장기판을 생존경쟁이 치열한 지금 세상의 축소판으로 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연극적인 질서를 전복하는 연출이다. 무대장치는 오브제로 대체되고 극적인 흐름도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오브제가 텍스트를 반영하는 상징으로 이미지화되고 배우들의 움직임과 표현, 여기에 텍스트가 더해져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줄자와 롤러스케이트, 진공청소기 같은 사물을 기발하게 사용해 한 편의 무용 공연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리얼리즘 서사가 아닌, 오브제와 마임, 춤, 장난스러운 무대 이미지, 놀이 등 자유분방한 연극성의 놀이와 유쾌한 상상력이 발랄하다. 배우들의 연기앙상블, 장기판 위의 졸에 주목한 소재와 주제의 기발함, 관습을 쉽게 뛰어넘는 연출적 감각, 긴장과 유머를 잘 넘나드는 극적 리듬감 등이 모두 전반적으로 우수한 작품이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실제 전쟁, 그리고 평범한 서민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을 장기판 위의 전쟁으로 비유한 발상이 뛰어나고, 졸의 싸움의 기술을 통해 승리와 패배, 살아가는 법 등을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선정작인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창작발레 <레미제라블>은

가족 단위 관객이 향유할 수 있는 대중 친화적인 발레극으로 스토리라인, 성격묘사 등에 있어서 창조적인 재구성을 바탕으로 한 표현적인 움직임이 주목할 만하다. 본 작품은 무용의 관객 포용력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레퍼토리로서의 가치도 높은 편이다. 전작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작품으로 완성도와 대중성 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댄스시어터 샤하르는 어린이 청소년에 특화된 전막발레를 민간단체로서 꾸준히 창작해왔고, 춤 예술의 필요성과 가치를 예술교육과 시민향유의 측면으로 확장시켜온 점도 특기할 만하다. 앞으로 많은 독립 발레 단체들이 용기를 가지고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선정작인 배승혜의
<Dialogues II “Beethoven: Waldstein – Repetition”>은

극의 형식을 빌어 창작자의 창작 과정을 되돌아보도록 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음악의 형식과 표현에 담겨있는 극적인 요소를 연극 형식의 언어로 풀어내는 독특한 시도로, 만약 진행자가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소나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해설음악회와 다를 바가 없었을 테지만, 이 공연에서는 ‘작곡가’ 역으로 분한 주인공(지현준)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베토벤과 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또한 감상자로서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심취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발트슈타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정다슬)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맞춰 연주하면서 작곡가가 되기도 하고 또한 베토벤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 둘은 하나가 되고, 감상자는 그 모습에서 200년 전 베토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이 공연은 단순히 음악이 있는 연극, 즉 일반적인 음악극이 아니다. 음악을 극으로 이해하게 하고, 또한 연극을 음악적으로 듣게 하는, 이중적이고 교차적인 상호 텍스트성의 경험을 주는 간매체적인 장르이다. 악보에 적힌 지시를 재현하는 클래식 음악 연주의 편견을 깨고 음악적 표현의 의미를 극의 평면으로 온전히 투영함으로써 음악은 극이 되었으며, 연극은 음악의 흐름에 온전히 맞춤으로써 음악이 되었다. 이렇게 공연자들은 음악을 현장으로 확장하고자 시도하였고, 감상자는 음악을 확장된 형태로 수용했다. 무대 공연을 준비하는 음악가들과 새로운 공연을 찾는 감상자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선정작인 김정욱의 <모든 것 all things>는

한국화 전공 작가로서 독창적인 인간 형상, 강렬한 초상화의 세계를 구현해온 김정욱 작가가 2015년 이후 8년 만에 OCI 미술관에서 선보인 개인전이었다. 이번 전시는 기존 형식을 병렬적으로 확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이미지를 해석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화폭에 옮기는 오랜 시간 동안의 꾸준한 작업 결과물을 한데 모아놓은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하다. 100점이 넘게 전시된 작품들에는 다양한 인물, 인간의 표정들이 단색조로 구현되고 있으며, 명시적이지 않지만 그 표정들은 때로는 낯설고, 기이하며, 때로는 고통과 슬픔, 구원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환기시키면서, 관객들과 친화적으로 교감할 수 있게 한다. 회화와 더불어 다양한 소품으로 구성된 인물 형상 조각들도 관객들에게 전시의 흥미로움을 추가하고 있다. 전시의 내용이나 공간 연출 역시 완성도가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김정욱은 동양화의 재료와 형식을 이어가며 전통성을 계승하는 방법론을 구사하는 동시에 화면에 드러나는 소재의 독특한 관념과 주제로 인하여 현대미술계 안에서 호평을 받는 작가이다. 정신의 세계에 기반하여 물질을 대입하는 동양적 태도는 작가에게는 인물을 매개로 하되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동시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메타적이고 초현실적 모습을 표현해낸다. 무한에 가까운 세계관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인물, 풍경의 이미지는 여느 동양화나 서양화에서 그 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창적이다. 2023년 개인전은 작가가 다작을 해낸 에너지 뿐 아니라, 반복된 소재를 놀라울 만큼 변주해내며 그림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힘을 보여주었다는 점, 무엇보다 중견 전업 작가로서 동시대 미술계 안에서 자신의 시각 언어를 가지고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신작 창작과 비평적 협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다.

심사위원 특별상 (장애예술인 부문) 2nd Seoul Arts Awards

추천을 받은 예술가들은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예술인들이다. 모두가 상을 받을 자격을 갖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으로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을 선정했다. 장애예술 분야 가운데 음악 장르에서 활동하는 장애예술가의 90% 이상이 클래식 음악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악 분야는 10%가 채 안되는데, 이마저도 상당 수가 소리꾼이다. 이는 장애인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나, 김보경 연주자는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국내외에서 다양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는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는 경험에서 그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김보경은 이러한 과정을 스스로 극복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일반인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며 구분 없이 음악 자체로 무장하고 있다. ‘장애인 음악가’가 아닌 ‘음악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장애인 예술가의 모범이 될 뿐만 아니라,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보경은 예술가로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예술가로서, 특별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 판단하여 본 상에 선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