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우리들은



   비를 맞으며
   고개 숙인 채 걸을 수는 없다

   이마로 빗방울을 튕겨내면서
   손바닥으로 치면서
   발로 걷어차면서 간다

   옷이 젖어 들면 더 즐겁다
   나뭇가지들처럼 몸을 흔들면서
   낄낄낄 히히히히

   가방 속
   우산은 꺼내지도 않고





   어떤 친구



   골목길을 가는
   할아버지가
   앞에 대고 소리 높였다

   천천히 가세나

   듣는 이 아무도 없다
   저녁달이라도 오르려는지
   마을 뒤가 환해지는 때

   달구경하고 가세나

   흥겹게 한마디 더 한다
   술이라도 한잔했는지
   웬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담장 모퉁이 돌자 보였다
   할아버지 앞에 가는 건
   깜장 염소 한 마리

성명진

현실에 멍드는 동심들에 즐거움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동시를 쓰고 싶고, 천진난만함을 바탕으로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작으면서도 소중한 동심들이 가득한 어린이의 세계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2018/10/30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