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가에서

  멍멍이가 수돗가에 누워 있다.
  불에 탄 나무처럼 검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말끔히 면도를 마치자
  갓 구운 빵의 갈색, 어른들은
  고무호스로 구석구석 물을 뿌린다.
  수돗가에 예쁜 기름 무지개가 뜬다.
  팽이처럼 돌던 멍멍이의 꼬리는
  이제 더이상 흰색이 아니다.
  흰색이 아니어서, 나는
  깨죽나무 위의 새들에게
  돌을 던진다.


  마당에서

  담벼락의 차가운 그늘을
  몰래 들추고 기어나온 뱀이
  마당을 지난다.
  햇빛이 뱀의 비밀을 쫓듯
  반짝반짝 마당을 지난다.
  껑충껑충 달려온 수탉이
  뱀의 머리를 쪼아댄다.
  콕! 콕!
  뒤집힌 뱀의 배는 눈부시게 하얗다.
  마치 울음을 터트리는 것처럼.
  푸드득 푸드득
  노랗고 까만 부리들이 몰려든다.
  콕, 콕, 콕, 콕, 콕, 콕--------
  눈 깜짝할 사이
  뱀이 지워졌다.


  개천에서

  흙탕물과 쓰레기 사이로
  죽은 돼지 한 마리
  둥둥 떠내려오고 있다.
  풍선처럼 터질듯한 배다.
  빙빙 도는 배다.
  우리들은 돌을 던진다.
  배에서 튕겨나온 돌들이
  꿀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아이들은 풀꽃처럼 머리를 흔든다.
  한 아이가 손나팔로 꿀꿀거린다.
  아이들은 이제 모두 꿀꿀거린다.
  꿀, 꿀, 꿀------
  돌을 던지며
  꿀, 꿀, 꿀, 꿀, 꿀-------
  돼지의 눈처럼 웃으며

송현섭

199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 2018년 제6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동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동시집 『착한 마녀의 일기』 『내 심장은 작은 북』이 있다.

2024/07/17
6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