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조각보



   6교시 미술 시간, 한지 조각보를 만든다
   오방색 한지를 세모, 네모 자르다가
   길고 긴 오늘 하루까지 사각사각 자른다

   조각난 한지들이 조각난 하루를 입에 물고
   새가 되어 날아오른다
   하얗게 펼쳐놓은 화선지 위로 줄줄이 내려앉는다

   빨강 옆에 파랑
   노랑 옆에 까망
   
   모난 조각이
   모난 조각을 만나
   뾰족한 부리를 맞댄다

   틈새를 비집고
   삐뚤빼뚤 자리 잡는
   조각난 마음 몇 개

   진득진득 풀이 마르면 이제
   한지 조각보에는 조각이 없다





   눈물별똥나무



   학교 뒤편 오래된 솔숲에
   커다란 덩치의 늙은 나무가 살아

   오늘 나무를 찾아가 등을 기댔어
   나무는 갈라진 껍질을 열고
   두툼한 귀를 꺼내 내 말을 들어주었어
   넓적한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어주었지

   내가 꼭 안고 있던 무거운 돌이
   따뜻하게 녹아 출렁거렸어

   나무는 눈물을 꽁꽁 뭉쳐
   단단한 씨앗을 만든대
   밤마다 캄캄한 우주로 쏘아올리면
   반짝이는 별똥이 되어 날아간대

   오늘밤에는 눈을 크게 뜨고
   눈부시게 우주로 날아가는
   눈물별똥을 볼 거야

   이제 저 별들 중 어디선가
   내 눈물별똥나무가 자랄 거야

추수진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제가 펼치는 조각보에 조각난 마음들이 어린 새처럼 날아와 앉았다 가기를 바랍니다. 주고 싶은 그 위로를 글을 쓰면서 제가 받고 있습니다. 특별한 자리에서 동시와 동화의 조각보를 한꺼번에 펼쳐 보이게 되어 마음이 설렙니다.

2021/09/28
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