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실전 / 사업장
실전
잠시 아무도 없다.
역 근처 공원들은 모두 같아 보인다.
결국 아무도 없는 장소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내가 새를 배웠을 때.1) 눈앞에 펼쳐진 건 먼지 낀 공기 속의 양평동이었다. 평평하고 텅 빈 손. 회색의 널따란 활엽수 잎.
사력을 다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뛰어야 했으니까. 뛰고 또 뛰었는데
눈을 한 번 뜨면 되는 일이라고 들었다.
결국, 이라는 말 다음 잠깐의 침묵이 근처에 있었다.
미용실 앞의 얼룩진 수건들은 마르고 있는 게 맞는 걸까.
결국 캄캄한 트렁크가 집어삼키고 있는 것. 이것은 나의 기억인가 당신의 전망인가.
당신을 만나지 않으면 입 안의 새들이 죽게 될 것 같다.
배낭을 메고서 내 앞으로 뛰어가
자꾸 사라지는 사람들.
사업장
비유를 생각하지 않아도
기계가 너무 많았다.
장례식장 근처에는
운구차가 다닌다.
결산을 단번에 맞춘 적 없이
회사를 떠나게 되곤 한다.
머리를 자르면 사람들은
안부를 하나 더 던져준다.
나는 웃으며 그냥요 말하지
숲을 떠올렸을 뿐이라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숲을 구체화하기에는
밤이 너무 적었다.
그대의 머리가 그대에게
꼭 어울리지는 않는다.
단번에 지어지는 그대의 표정을
단번에 이해할 수 없을 때
이것은 그대의 정치인가
나의 결산인가.
윤은성
카페에서 일을 한다. 카페는 장례식장 안에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쓰려고 한다. 쓰려는 나에게서 자꾸 우는 그대가 발견된다. 희미하다. 하루에 하루씩만 그대를 만져보려고 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노력하는 나와 무력한 내가, 있는 그대로의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2018/01/30
2호
- 1
- 최승자 시인의 시구를 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