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이 전당포에 갔다
  전당포 주인은 가져온 것을 저울에 올려 값을 매긴다 미경은 손에 든 것을 내어주고 한 달 정도의 생활비를 얻었다

  연락할 수 없는 애인에 대해
  그녀는 늘 생각했고 생활은 계속 쪼들린다

  공과금을 내고 쌀을 샀다

  미경은 이제
  밥을 꼭꼭 씹는다

  영호는 신용불량자
  더는 도망가고 싶지 않아요

  영호가 가진 것들은 대부분 떠났고
  떠나지 않는 것은
  그가 도망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영호는 쫓기게 만든 것을 전당포에 맡겼다
  영호는 저울의 눈금이 불량스러운 것 같다

  이 무게가 아닌 것 같은데

  전당포 주인은 그 이후 영호를 본 적이 없지만

  수많은 미경과 영호와
  승희 혹은 민석
  누군지 기억나지 않아도
  전당포에
  맡겨둔 것을

  찾아가지 않아서

  전당포 주인은 건물을 세웠다

  건물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또 전당포에 찾아와
  두고 가는 것이 있어서

  전당포 주인은 무서울 것이 없다

  맡겨진 것은 언제까지나 여기 있을까 그는 생각한다
  맡긴 것인지
  두고 간 것인지

  태준은 조만간 전당포에
  말을 두고 올 것 같다

  이것은 영호와 미경과 승희 혹은 민석 그리고 태준이

  전부 까먹기 전에
  쓰는 영수증 같은 것

  누가 맡아줄지
  저울을 어떻게 저울에 올릴지는
  생각해봐야겠지만

  요즘 전당포 주인은
  전당포를 맡기고 싶어

이예진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에는 차를 끌고 싶어서 운전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더 멀리 가고 싶습니다.

2024/08/21
6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