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개설한 건 우리가 여덟 살 때일걸
  비밀 아지트야

  우리는 각각
  앨리, 초코머핀, smj0724, 달빛별

  가수들은 사랑에 대해 불렀다

  세계는 마치
  사랑을 위한 거대한 무대

  개구리와 키스하는 공주
  무너지는 상황으로부터 살아남는 주인공

  가슴에 누군가 불을 켜둔 것처럼
  밤에는 그 빛이
  이불 밖으로 새어나갈까

  웅크린 채 노래를 들었다

  초코머핀의 같은 태권도 도장 오빠
  우리에게 떡볶이를 사줬다

  초코머핀의 사랑은 어묵 국물에 혀를 데이는 것?

  그해 겨울 초코머핀은
  이사를 갔지만 

  중학생이 되었을 때
  앨리는 체육대회 날
  학교 선배로부터 공개 고백을 받았다

  그 선배 소문이 별로야
  싸움도 잘하고 여자도 때린대

  밤사이 정말 많은 댓글이 오갔다

  ↳(댓글)달빛별 : 빌려준 체육복을 못 돌려받는 것도 사랑이라 칠 수 있나?

    ↳(대댓글)초코머핀 : 라이터를 발견해도 모른 척해주는 것도?

  시간이 흐르고
  무엇에 빠진 채

  넷은 이제
  보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아지트엔 해킹당한 누군가 글을 올렸다
  몰랐던 금이 정말 많았고

  세계는 마치 거대한 금고

*

  당신은 곧 방에 들어와 나를 깨울 것이다

  일어나
  밥 먹어야지

  사랑은 이어진다
  카페 밖에서
  저 밖 거리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친구, 연인, 부부

  나는 먼 옛날
  모두를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랑도 있다

이예진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에는 차를 끌고 싶어서 운전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더 멀리 가고 싶습니다.

2024/08/21
6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