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만나
  천변을 달리지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처음에는 걷고
  돌아올 땐 뛰지

  숨이 차고
  다리가 덜덜 떨려도
  멈추지 않는 게 우리의 약속

  길이 끝나는 곳에 도착하면 뿌듯하고 개운해
  바람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고

  조금만 더 걷자
  바로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우리는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걷지

  청둥오리들이
  물속에 부리를 넣었다가 뺐다가
  인공석에 올라앉아 깃털을 고르는 모습을 구경해
  발이 시렵지는 않을까
  저 인공석은 사람들이 새를 위해 만든 걸까
  그런 거면 좋겠다 궁금해하면서

  너는 가끔 달리길 정말 잘했다고 얘기하지
  사실은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고 싶지 않았다고
  사소한 약속조차 부담일 때가 있다고
  너는 웃지

  그래 맞아
  나도 함께 웃고

  너와 나는 더 많은 약속을 하지 않지
  사소한 약속들은 깨지기 쉽고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만나기로 한다
  오늘 밤에
  같이 달리려고

정다연

201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여름 대삼각형』, 산문집 『마지막 산책이라니』 『다정의 온도』를 출간했다.

2026/04/01
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