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맨 뒷자리
  모의고사 문제를 풀다가
  반 친구들의 등을 보다가
  창 너머를 봤어
  앞산에 간지러운 초록이 와 있고
  노란 꽃가루가 뿌옇게 교실 안을 부유하고

  평소에도 알레르기가 심하다는 반장이
  콧물 닦고
  재채기하는 소리
  나는 다시 문제를 풀기가 어려웠어
  들풀이 산을 덮으며 만발하고
  청설모가 봄볕을 만끽하고 있었어
  부러웠어

  왜 쉬는 시간에 엎드려만 있어?
  이제 누구도 묻지 않지만
  그렇다고 질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
  어서 지나가길 바라는 건지
  견디는 건지
  아니면 엎드려서 두 눈을 꼭 감았을 때
  내 안에서 나타나게 될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건지
  헷갈렸어

  다들 하고 싶은 일이 하나쯤 있는 것 같아
  자신 있게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 게 있는 것 같아
  적어도 하나쯤 그냥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같아

  나는 그게 어려운데
  일단은 저 창문을 조금만 더 열고 싶다

정다연

201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여름 대삼각형』, 산문집 『마지막 산책이라니』 『다정의 온도』를 출간했다.

2026/04/01
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