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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별

정한별

독립 무용수이자 공연예술, 예술교육의 창작자로 활동해 온 정한별은 다양한 아티스트와 여러 방식의 작업을 시도하며 몸이 구분 짓는 것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안과 밖, 개인과 타인,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등 우리를 둘러싼 여러 세계 속 미묘한 가름을 확인하고 그 경계를 조정하는 일로서 몸을 움직인다. 개인의 의지가 만들어 내는 이 움직임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고, 드러난 것들을 점진적으로 해체하는 유용한 통로라고 생각한다. 서울무용센터 입주 기간 매시간을 마디 삼아 특정 리서치를 수행하는 ‘시간-보내기’를 통해 예리하게 감각을 길러나간 점,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낯선 타인과 시공간을 공유하며 관찰자와 수행자 사이를 왕래한 점 등이 그 예시다. 이를 통해 정한별은 세상을 감각하는 자신의 스펙트럼을 키워갈 뿐만 아니라 무용의 기능과 그 가능성도 확장하고자 한다. 최근작으로는 <Beat Per Minute, 일상의 춤>을 비롯해 <일일운동>, <Lost+!> 등이 있다.
약력
⟨몸들의, 사이⟩, 출연, 2023
⟨Beats Per Minute, 일상의 춤⟩, 안무 및 출연, 2023
⟨일일운동⟩, 안무, 2022
⟨공명동작⟩, 출연, 2021
⟨Lost+!⟩, 안무 및 출연, 2018
작품소개

⟨일어서는 순간, 일어나는 일들⟩
2024.06.15.(토) 17:00
서울무용센터 곳곳

일상 속 경계의 자국을 탐구하던 정한별이 ‘관계’란 힘을 감각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경계가 나누는 무엇, 그것을 긋는 주체를 바라볼 때 드러나는 힘이 바로 ‘관계’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쌓기보다 넓게 펼치기, 순순히 따르기보다 묻고 스스로 이해하기를 실천하는 정한별이었기에 그는 제대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내 우리 모두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나아가 경계란 하나가 아니라 다층적이고 다면적임을 확인한다. 숱한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일어서는 순간, 늘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일어서는 순간, 일어나는 일들⟩은 서울무용센터를 기반으로 펼쳐진다. 눈길을 끄는 점은 관객이 입장하고 공연장의 문이 닫힐 때 시작하는 게 아니라 문이 열리고 관객이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작업이란 점이다. 서로를 인식한 다음 정한별과 관객들은 감각의 날을 세워 서울무용센터 이곳저곳을 탐구한다. 실과 실을 오갈 뿐만 아니라 그사이를 채우는 복도, 계단, 층고 등을 감각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작가를 비롯해 모두가 자신의 몸으로 리서치해 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 자기 안의 리듬을 따라 서울무용센터를 배회하고 특정 스폿을 점거하고 타인과 어색하게 마주하고 겸연쩍은 듯 웃고 스쳐 갈 때 불꽃 튀듯 발생하는 관계와 영향을 제대로 만나보려는 시도다. 정한별은 끝없이 포개지는 우연이 또 다른 상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감각적 연출은 감정과 감각을 고조하는 장치로 역할 한다. 공간과 사람뿐만 아니라 기온, 조도 등을 하나의 분위기로 아우르는 사운드 작업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이는 영화적 요소를 의식한 실험이다. ‘관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 계기에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영화는 냉혈한인 동독 정부 비밀경찰 비슬러 대위가 섬세한 내면의 소유자인 극작가 게오르크 드라이만의 사생활을 도청과 감시하다가 끝내 자신의 세계를 한 걸음 넓혀보는 내용으로,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정한별은 극적 장치들을 적절히 섞어내 관계가 뒤섞일 때, 무대가 무대로만 그치지 않을 때 우리의 일상과 비일상이 진동함을 전달한다. 이 우연한 이벤트 속 느슨한 관계성 안에서 참여자 스스로 단단한 자율성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물론 스스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시도도 잊지 않는다. 약 100분에 이르는 작업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한계라고 여겨지는 선을 마주하는 순간 그다음 일어나는 일을 맞이할 수 있음을 알기에 부단히 몸을 일으킬 것이다.

콘셉트·구성 정한별
음악 옴브레, 정의석
의상·아웃사이드아이 김은경
모더레이터 오혜민
도움 '오픈 프랙티스'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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