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심의평
1st SEOUL ARTS AWARDS
연극 부문 |
연극부문 심의는 경력과 세부 장르 등을 나누지 않고, 가능성과 확장성을 열어 놓은 채 통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런 만큼 뮤지컬·마임·인형극, 그리고 창작극·번역극·번안극, 소설의 무대화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러 우수한 작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이루었는데, 연륜과 노련함을 엿보게 하는 작품들뿐 아니라, 여성, 젠더, 혐오, 경계 등의 이슈는 물론이고 코로나 이후를 고민하는 연극적 본질을 언급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런 다양함이 연극계를 더욱 더 풍성하게 하리라 기대한다. 최우수상 선정작인 코너스톤의 〈맹〉은 잘 알려진 〈맹진사댁 경사〉를 재치있게 각색하여 동시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마당극 형식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해학성과 연극적 재미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하는 방법과 목적, 의도를 선명하게 실천하였고 B급 유머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신랄하게 폭로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간 극단 코너스톤과 이철희 연출이 추구해 온 동시대적 각색과 비틀기를 더욱 완성도 있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또한 고무적이다. 신진 예술가의 작품이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신진 예술가(단체)들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우수상 선정작인 래빗홀씨어터의 〈정희정〉은 2인극으로서 어머니에게서 딸로 순환되어 온 ‘돌봄’의 문제를 셀프인터뷰 형식을 통해 진정성 있게 보여준 작품이다. 두 배우가 돌봄의 주체와 대상을 중첩적으로 오가는 가운데 인형 등의 소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책임감과 죄책감, 그리움과 연민 등의 복합적인 정서를 감각적으로 전달했다. 무엇보다 장점은 현실에 대해 교조적으로 지시하거나 과시하지 않은 채 덤덤히 두 명의 배우만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연출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인형의 섬세한 운용, 주제의 명확한 전달력, 그리고 세련된 유머와 재치를 통한 완급 조절 등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다양한 예술가들과 단체들의 꾸준한 작업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이번에 신설된 서울예술상이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예술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고무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하는 바이다. |
무용 부문 |
다채로운 예술 스타일과 공연 방식을 취한 점이 두드러졌고, 참여한 대다수의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하였지만, 창작의 완성도가 높고 예술적 개성이 두드러지는 우수한 기량의 단체와 작품들이 많았다. 최우수상 선정작인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의 〈안녕, 나의 그르메〉는 예술가의 역량 우수, 자신만의 독특한 어법과 뛰어난 구성 능력과 파급효과 주제의 제시, 작품의 구조, 안무, 음악의 적합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가 매우 높고 차후 성장성이 예견되어 향후 파급효과 또한 클 것으로 예상한다. 우수상 선정작인 정형일 Ballet Creative의 〈Edge of Angle〉은 무대공간의 미장센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완성도가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음악의 운율과 잘 조화된 동작의 조형미를 기반으로 창작발레의 이미지를 표현하였으며, 협력 작업을 통한 주제 강화, 단순하고 세련된 구성, 무용의 본질에 충실한 점이 인상적이다. |
음악 부문 |
단순연주나 창작발표보다는 좀 더 창의적인 공연기획과 다른 장르와의 협업이 돋보이는 공연들이 많았으며, 기존 예술들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들이 많았다.
여러 해 연주를 해왔던 단체도 좋은 역량을 보여주었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신진 작곡가 및 그룹에서 참신한 시도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장르 간의 융합, 실험적 시도 등 좋은 후보작들이 매우 많았는데,
많은 작품들이 더욱 발전적인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 서울예술상 수상이 큰 응원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음악오늘의 〈율.동.선〉은 소리와 악기에 대한 탐구를 확장하여 무용과 음악과의 상호 연관성을 공연으로 훌륭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용과의 협업을 통해 움직임을 더욱 직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충분한 몰입과 설득력을 갖게 해주어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러 차례 세미나 및 사전 제작과정을 통해 ‘현대무용’과 ‘작곡’의 결합을 진지하게 고민하였으며, 그 결과 의미 있는 융복합적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독창성과 수월성은 물론이고, 경직된 현대음악 공연계에 참신한 기획으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 작품으로 평가한다. 우수상 수상작인 팀프앙상블의 〈2022 사운드 온 디 엣지 III - 업데이티드, 2022 사운드 온 디 엣지 V - 재창조〉은 다년간 쌓아온 연주력과 캐스팅, 그에 맞는 탁월한 프로그래밍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신작뿐 아니라 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동시대 현대음악을 함께 연주함으로써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현대음악 단체의 공연에서 보기 힘든 연주력을 보여줌으로써 현장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괄목할만한 활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이번 공연은 특히 그 구성과 역량, 독창성, 예술적인 공감 면에서 공연 수준 자체가 탁월했으며, 높은 완성도를 끌어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전통 부문 |
전통예술의 근본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토대로 실험과 시도를 행한 예술가와 단체들이 많았다. 전통을 기반으로 창작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창작과 전통이라는 묶어 자신의 색깔로 새롭게 빛나는 무대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허윤정의 〈악가악무〉는 한 명의 중견 명인이 어떻게 국악공연의 내실을 가하고 외연을 넓히는지에 대한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그간 창작에 방점을 찍고 활동하던 후보자가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과 계승의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고 매진함으로써 ‘창작’과 ‘계승’의 균형감을 잘 보여준 공연이었다. 특유의 관록과 예술성이 아주 돋보이는 공연이었다고 평가한다. 우수상 수상작인 김용성의 〈流 - 심연의 아이〉 산조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해서, 기존의 유파나 전승 계보와 무관하게, 자신의 음악성과 국악의 전 장르도 산조라는 장르에서 수용하면서, 동세대의 연주가들과 함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또한 전통 안에서의 전통적 요소를 토대로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전통을 창작하는 시대, 내가 주목하는 나다움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를 기대하게 하는 아주 좋은 공연이었다. |
시각 부문 |
치밀한 기획, 공간 연출, 동시대적 시각예술에 대한 관심사 등 실험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다. 기존의 작업과는 다른 형식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놓치지 않으려는 여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의 예술성에 대하여 평가한다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지만, 창작자 간의 공통 관심사, 사회적 연대, 동료로서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하는 전시 기획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최우수상 선정작인 이은우 작가의 〈직각마음〉의 경우, 작가의 그간의 탐구 과정이 공간의 구조와 함께 더욱 섬세하고 집중력 있게 드러났다. 전시공간의 건축적 요소와 자신의 작업에서 입체와 평면의 구조적 부분을 극대화시켰고, 이를 전시 효과로 섬세하게 조율한 점이 흥미로웠다. 드로잉, 부조, 조각 등 다양한 조형매체를 통한 작가의 사물에 대한 관심과 관계성이 유기적으로 구현되어 작업세계에 대한 관객의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킨 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전통적인 형식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시대의 예술을 잇고 있으면서도, 사물에 관해 탐구하는 현재의 철학적 면모가 매우 인상적인 전시였다. 우수상 선정작인 돈선필 작가의 〈괴·수·인〉의 경우, 피규어와 오타쿠 문화 등의 대중산업의 요소들을 참조해 조각적 특성으로 전개해 나가는 주관적 서사의 구축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다. 영상에 있어서 제작 자체에 대한 방법론, 편집 방식에 새로운 시도와 질문을 던진 부분이 설득력있게 전달되었고, 특수촬영 영상에서 보여지는 가상과 현실에 대한 상관관계는 작가적 상상력과 함께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서브컬쳐라고 할 수 있는 피규어를 통해서 예술의 범위를 넓히고 예술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어 대중문화와의 접촉면이 넓은 전시인 점을 높게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