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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마주하고 함께 하기 위하여

제45회 서울연극제 부대프로그램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

윤안나(Anna Rihlmann)

제257호

2024.07.11

외국인이기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순간, 장애인이기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순간을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상하기조차 힘들고, 아마 누군가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을 불편과 어려움입니다. 점점 다양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포용성(inclusivity)와 다양성(diversity)라는 단어들을 더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러한 주제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소통할 수 있는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함께 하고 싶은 우리가 누구일까?

한국에서 10년 동안 배우로 활동해온 독일인 여성인 저는 한국인 아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소수자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수자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됩니다. 이는 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포용성과 다양성이라는 단어들은 제 인생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제45회 서울연극제에서는 ‘다름’ 때문에 예술활동에서 평등을 누리지 못하는 네 명의 예술가들이 다양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 초대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 배우와 장애인 배우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인 만큼 기대가 컸습니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의 현장 사진. 좌측부터 이송아, 윤안나, 신강수, 황철호 배우가 일렬로 앉아있고, 신강수 배우가 왼손으로 마이크를 들고 오른편을 바라보며 말한다. 이송아, 윤안나 배우는 그를 바라본다. 황철호 배우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있다. 그들 앞에 두 개의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고, 각 테이블에는 패널들의 이름표와 생수, 대본이 놓여있다. 네 사람의 뒤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고 적힌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언니, 잘 지냈어???, 아버지~ 오랜만이에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중국 출신 배우 이송아는 경쾌한 목소리로 모든 참여자에게 반갑게 인사합니다. 이송아는 이번 포럼의 참여자 중 유일하게 모든 패널들과 함께 공연한 경험이 있어 서로를 소개해줍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예술가 신강수, 윤안나, 이송아, 황철호 네 명이 모였습니다. 패널 토크에 앞서 평론가 이은경 님께서 인사말과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이은경 님은 ‘다양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마음 같아선 준비해주신 PPT 자료 전체를 이 글의 독자들과 나누고 싶을 정도로,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오해, 그리고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가진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할 때에 새로운 시선과 표현방식이 작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다양성이 예술의 지속적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직접 느끼며 더 많은 이들이 서로 다름을 포용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이 자리에 참석했는지 궁금했고, 매우 기뻤습니다. 빨리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같음과 다름. 우리가 함께 공존하며 함께 살고,
함께 예술을, 연극을 하기 위해
이야기 나누는 라운드 테이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의 현장 사진. 평론가 이은경이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두 개의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다. 가까운 테이블에는 이름표와 노트북, 음료수 병이 놓여있고, 먼 테이블에는 프로젝터가 놓여있다. 큰 스크린에 ‘문화 다양성의 개념’이 정리된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영사된다.

함께 나눈 우리의 경험과 도전

패널 토크에서는 네 명의 배우들이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독특한 배경과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배우들은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의 갈등, 그리고 다름 때문에 요구되는 행동과 동등한 태도 사이에서의 갈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이유로 연극을 시작했으며 서로 다른 작품과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지원 제도의 부족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하는 현실도 논의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함께하지 못할까요? 여기에는 오해, 편견, 그리고 제도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합니다. 오해를 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입니다. 소통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다름’을 마주할 때, 잘 몰라서 실례가 될 수 있는 말이나 시선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양성의 중요성: 소수자의 시선에서 본 대화의 의미

문득 소수자의 입장에서 항상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저를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때로는 더 편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이 부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단순히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다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시간이 라운드 테이블 토론보다 더 의미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코멘트는 “근데 다양성이 왜 중요할까?”였습니다. 사람들이 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가질 만한 동기는 어디서 나올까요?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첫걸음

저는 개성과 다양성이 한국 사회와 문화예술 분야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낼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디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통하며 이 목표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서울연극협회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의 참여자 단체 사진. 프로젝션 스크린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플래카드 앞에서 프로그램의 패널들과 참여자들이 카메라를 향해 각자 포즈를 취한다.

시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는 더 이상 질문이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의 외침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길잡이와 방법을 더 모색해야 합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패널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보는 사람이 듣기만 하는 형식은 또다시 분리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이러한 자리도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벽을 허물고 진정으로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진 출처: 서울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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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안나(Anna Rihlmann)

윤안나(Anna Rihlmann)
가장 글로벌한 K씨어터를 꿈꾸는 윤안나(Anna Rihlmann)는 독일 남서부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극단 드림플레이 소속으로 10년간 연극 활동을 하며 '이주민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작/연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missanna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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