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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콤부차 씨

서로를 돌보는 응원 레시피

김혜원

제252호

2024.04.25

웹진 연극in에서는 새해의 문을 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어가기 위한 기획을 마련합니다. 지난 작업의 과정을 돌아보고, 함께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열어갈 세계를 계획해보는 시간 위에, 요리를 준비하고, 나누면서, 기운을 차리는 시간을 얹어 봅니다. 필자분들께는 새로운 시작의 소망과 바람을 담아 ‘서로를 돌보는 응원 레시피’를 공유해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책상과 식탁 사이에서 더 건강한 밥을 짓고, 예술을 짓고, 삶을 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발효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고 한 번쯤 시도해봤다면 알 만한 발효음식을, 나는 어디 내어놔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시도해본 것 같다. 요거트는 언제 처음 시작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한동안 두유 요거트의 기가 막힌 맛에 빠졌었으며, 어느 때에는 르뱅을 키우면서 발효 빵을 굽기도 했다. 작년엔 발효 관련 수업까지 들으며 사케, 캐피어까지 손을 댔다. 그러다 결국 정착한 것은 콤부차. 지금 이어가고 있는 콤부차 균은 약 2년 정도 되었다. 발효는 정확히 계량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균과 발효는 정량적인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좋다.

그렇다면 내 손을 거쳐 간 요거트나 르뱅은 잘 있느냐? 이미 떠난 지 오래되었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사실 얼마 전부터 작업 때문에 본격적으로 발효음식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참 전 얼려두었던 르뱅을 해동해 밥을 주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부풀지 않았다. 이럴 때 콤부차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게 된다. 콤부차를 2년이나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냐 하면, 콤부차는 다른 발효음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신과 자신감을 준다는 것이다. 왜?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여기서 ‘웬만해선’은 개인적인 기준이니 절대적이라고 믿지는 말자. 이것은 참으로 도전하기 쉬운 발효음식이다. 노력 대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발효음식을 시도한다면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특히 더운 여름, 얼음을 띄운 콤부차 한잔의 청량한 맛이란! 콤부차는 진정한 여름의 친구다. 탄산이 푸슈슈 넘치게 발효되는 경우도 있지만 내 첫 콤부차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탄산이 적어 잘못한 건가 싶은 불안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어떤 맛과 쉰내와 탄산의 정도로 나오든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고 ‘이것은 콤부차’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콤부차다.

가정집의 나무 식탁 위, 콤부차가 담긴 세 개의 밀봉된 유리병이 나란히 놓여있다. 유리병 안에는 노란색 반투명한 액체가 가득 담겨 있고, 균일하지 않은 육면체 모양의 스코비가 액체 상단에 떠 있다. 유리병의 뒤에는 손으로 쓴 메모가 세워져 있다. 메모의 내용 일부가 병에 가렸으나, 내용은 다음과 같다. <br>콤부차? SCOBY(세균과 효모의 공생 배양)라는 미생물 집단에 의해 발효된 차음료 <br>왜 콤부차인가? 새로운 생산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온갖 미생물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발효’는 아주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음식 제조 방식이다. 지속가능한 식食생활 관점이 필요한 시대에 발효… <br>다음의 내용은 유리병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콤부차에 밥(설탕)을 주고 원액을 넣고 기다리며 발효되어 그것을 마시는 행위까지, 이것은 하나의 의식이다. 나는 나의 콤부차와 굳건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것은 효모와 박테리아와 나의 춤이다. 확신과 자신감을 주는 콤부차에 감사한다. ‘아, 나도 무언가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준달까? 기다리는 시간에도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발효되기를 기다리고, 콤부차는 기다리는 내게 대답하며 나와 입으로 목구멍으로 만나기를 기다린다. 나는 음식을 먹거나 마시는 행위가 음식이라는 ‘것’과 그것을 먹는 ‘나’가 관계를 맺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이 생각은 몇 년간 차곡차곡 쌓여왔고 기어코 ‘균’에 다다랐다. 특히 작년,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과 책을 분쇄해 만든 배지에 버섯을 키워내려 했던 시도, 빼곡하고 곱게 들어찬 검은 곰팡이를 뚫고 올라온 버섯을 만났을 때의 희열을 떠올려본다. 균에 대한 책은 나를 개안하게 했지만, 실제 버섯과의 만남은 아예 다른 차원으로 나를 이동시켰다. 미시적인 것은 거시적이고 거시적이라 여기던 것은 미시적인, 거대한 균의 세계가 열렸다. 몇 년 전 거대한 피츠로이 봉우리를 멀리서부터 바라보며 의식도 없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왔던 생각- 거대하고 위대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만들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서면 인간의 사상과 정치적 차이도, 사소한 일로 마음이 상하거나 싸우는 것도 의미 없어져 버려. 나는 너무나 작은 존재이고 그런 싸움 같은 건 하거나 말거나 관심 없이 이 자연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거든 –은 이 작은 세계 앞에서 다시 반복된다. 하지만 다른 점은, 균을 비롯한 존재들은 이제 멀리 있는 대상이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고 나를 이루는 것 중 하나라는 감각이다.

겨울에는 발효의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차가운 음료를 잘 안 마시기 때문에 내 스코비1)는 냉장고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얼마 전 기지개를 켜고 올해의 첫 발효를 시작한 콤부차가 쉰내를 풍기고 새 스코비를 생산하며 잘 발효되고 있다. 그 맛을 기대해 본다.

발효 중인 콤부차가 담긴 유리병 두 개. 노란 고무줄와 면보로 유리병의 입구를 막아두었다. 유리병에는 짙은 갈색 액체가 담겨 있고, 액체의 상단에 노란색 스코비가 떠 있다.

콤부차 레시피

결과물 약 1,300~1,500ml 기준

  1. 소독한 병에 끓인 물 300ml 정도를 담는다. 사용할 병을 끓는 물에 소독하라고 하지만 솔직히 나는 딱히 소독을 하지 않고 깨끗이 씻어 말린 병을 그냥 사용한다. 이건 개인적인 방법이므로 권하진 않고 개인의 경험에 맡기겠다.
  2. 이 물에 차를 우린다. 차의 양도 인터넷 레시피에 보면 얼마만큼 사용하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대충 넣는 편이다. 차는 실제로 균의 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그렇게 알고 있다). 차는 어떤 것을 사용해도 무관한 것 같다. 여러 차로 만들어봤지만 내 기준 홍차가 가장 맛있다.
  3. 색깔이 마음에 드는 정도로 우러나면 설탕을 넣고 녹인다. 나는 비정제 원당을 사용하지만 백/황/흑설탕, 원당 등 어떤 설탕을 넣어도 무방하다. 단 꿀이나 스테비아는 안된다.
  4. 설탕을 녹인 더운 찻물에 찬물을 700ml 정도 부어 총 1,000ml를 만든다. 나는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물 온도를 빨리 내리기 위해서이다. 처음부터 뜨거운 물 1,000ml에 차를 우리고 식혀 사용해도 된다.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나는 이런 편법을 쓴다. 최종 물의 온도는 30도 이하여야 한다.
  5. 자, 이제 여기에 스코비를 넣는다. 아! 첫 스코비는 구입하거나 콤부차를 발효하는 사람으로부터 얻어야 한다. 이후 발효를 마친 콤부차에는 새로운 스코비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6. 이제 여기에 원액을 붓는다. 200~300ml 정도면 된다. 아! 원액도 구입하거나 콤부차를 발효하는 사람으로부터 얻어야 한다.
  7. 병의 입구에 거즈나 면보 등 공기 통하는 천을 씌우고 고무줄로 고정, 상온에 보관한다. 이제부터 7~10일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온과 환경에 따라 발효 시간은 다르다. 코를 쏘는 쉰내가 나기 시작할 것이다.
  8. 이렇게 7~10일 정도 지난 후 상단에 새 스코비가 만들어졌다면, 새+헌 스코비와 원액 200~300ml 정도를 따로 부어 보관한다. 이것이 다음 콤부차 발효를 위한 원액이 된다.
  9. 만들어진 콤부차(1차 발효)에 과일을 넣고 2차 발효에 들어간다. 이때 병은 밀봉하여 상온에 보관한다. 탄산이 생기므로 하루에 한 번은 뚜껑을 열어 탄산을 빼주어야 한다. 1~3일 후 과일을 거르거나 거르지 않고 병째로 혹은 병을 옮겨 냉장고에 보관한다.
  10. 냉장고에 보관한 콤부차는 기호에 따라 그대로 혹은 물에 희석하여 마신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콤부차를 시도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DM을 보내주면 콤부차 원액과 스코비 나눔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네모난 모양의 용기에 스코비가 담겨 있다. 둥글고 두툼한 모양의 스코비는 주로 흰색을 띠며, 갈색 배양물이 표면의 일부에 붙어 있다.


[사진: 필자 제공]

  1. 스코비(SCOBY): ‘효모와 박테리아의 공생체’로 콤부차를 발효시킬 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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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김혜원
무대미술가, 창작자, 사회학 전공자, 영양사이다. 근래엔 에코시노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밭에서 하는 퍼포먼스 <공중제B>를 창작하고,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 <남산골 밤마실_기담야행>, <움직이는 숲 씨어터게임 1.0>, 거리극 등의 무대미술을 했다. 새로운 생산보다 발견의 예술을 하고 싶다. 인스타그램 @gongjungjeb 사진: 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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