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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긍정하는 에너지, 춤 속에서 찾다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죽고 싶지 않아>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제93호

2016.06.09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청소년극 릴-레이' 시리즈 중 사상 최초로 현대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댄스시어터'라는 수식어가 덧붙은 공연 <죽고 싶지 않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댄스시어터란 특정한 플롯을 따르지 않지만 현실 속 여러 가지 상황이나 감정,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연극과 무용의 ...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청소년극 릴-레이' 시리즈 중 사상 최초로 현대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댄스시어터'라는 수식어가 덧붙은 공연 <죽고 싶지 않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댄스시어터란 특정한 플롯을 따르지 않지만 현실 속 여러 가지 상황이나 감정,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오가는 공연을 뜻한다.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류장현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춤과 말로 온전히 담아내고자 무용수들뿐만 아니라 연극배우들까지 아울러 팀을 꾸렸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죽고 싶지 않아> 팀은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판 내 연습실에서 말 그대로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배우와 무용수가 함께 하는 작업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배우이고 누가 무용수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같이 출중한 춤 실력이 눈길을 끈다. 오디션의 효과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류장현 안무가는 ‘배우들도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뽑았다’고 전했다. 배우와 무용수의 훌륭한 조합 덕분에 현대무용과 연극 각각의 장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곤 하는 현대무용의 추상성을 배우들이 상쇄하는 역할을 하고, 때론 지나치게 목적지향적으로까지 보이기도 하는 연극의 구체성을 무용수들이 시적으로 변형하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이처럼 공연팀은 어느 한 장르에 함몰되지 않고 균형을 맞추면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하는 중이다.

몸으로 풀어보는 청소년들의 세계

“춤 창작과 음악 덕분에 내 청소년기가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해요. 이 공연이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몸을 긍정하는 좋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류장현 안무가

류장현 안무가는 평소 유머 넘치는 무용작품들을 많이 선보여 왔다. <갓 잡아 올린 춤>, <드렁큰 루시퍼> 등의 전작을 보면 통통 튀는 아이디어들로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만들고자 애쓴 흔적들이 보인다. 그동안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솔직한 공연, 취향저격 스타일의 공연을 선보여왔다면 이번 <죽고 싶지 않아>의 경우 좀더 진중해졌다. 물론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포기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좀더 작품 내 메시지의 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아무래도 ‘청소년극’이라는 큰 타이틀이 주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스스로가 "거친 청소년기를 보내다 춤이라는 돌파구를 찾아내 무용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류장현 안무가는 "이 공연을 통해 누구든 자신이 겪었던 청소년기를 기억해내면서 청소년들이 그 시기를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책임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청소년기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인 만큼 아무래도 학교 생활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다. 특히 각종 규제와 제약 속에 고통 받는 청소년들의 삶이 이번 공연 내용의 주를 이룬다. 가령 신체리듬을 강조하며 공부에 매진하라는 선생님의 잔소리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출연진들은 루트 기호를 적는 듯하다가 이내 낙서하는 동작으로 살짝 비껴나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 청소년을 대변하는 듯한 화자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게 몸’이라는 이야기를 읊조리며 몸의 운동성을 직접 표현해 보여주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무조건 청소년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중립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무리 지어 다니는 남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폭력성이 나타나기도 하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이성친구에 대한 관심과 성적인 호기심이 가감없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죽고 싶지 않아>에서는 독무와 이인무를 비롯해 다양한 그룹으로 묶인 이들이 몸을 통해 이 시기의 특징을 가감없이 포착해 무대에 쏟아낸다.

행복을 위한 춤

“누군가에게 주목을 받기 위해 춤을 추는 게 아니라 행복을 위해서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같이 놀자, 춤추자, 음악 듣자, 같이 가보자’라고 말하는 공연을 올리려 합니다.” -류장현 안무가

무대는 3면이 검정색 막으로 둘러싸여 꾸며질 예정이다. 출연진들은 이 막들과 바닥을 마치 칠판처럼 활용할 계획이다. 막에는 문도 달려 있는데, 열면 문이지만 안 열면 벽이라는 컨셉트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미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가득한 무대 공간은 때론 교실로, 때론 정글로 여겨지는 등 출연진들의 동작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하며 다양한 의미를 켜켜이 쌓아갈 예정이다.

류장현 안무가는 “청소년기는 주무르는 대로 모양이 잡히는 찰흙과도 같은 시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시기는 비단 현재의 청소년들에게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모두가 한 번씩 겪었거나 겪을 예정인 시기인 만큼 사회가 청소년기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시기를 현재 겪고 있는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학창시절 누구나 겪었을 법한 성적 스트레스, 마음 가득 품었던 꿈과 이상,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 대한 고민들이 과연 <죽고 싶지 않아> 팀의 몸짓과 말을 따라 강력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짐작 가능하겠지만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해서 만들어진 공연은 아니라고 하니 부모와 자녀가 함께 관람하며 삶을 긍정하는 에너지를 얻어가도 좋을 듯하다.

[사진: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제공]

일시
6월 9일~6월 19일 평일 7시반, 주말 3시 (화 공연 없음)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안무·연출
류장현
출연
이동하, 박정휘, 이은지, 지석민, 김지원, 최지훈, 김희정, 유영현, 장나윤, 심재호, 안승균
문의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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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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