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찾아서, 천변극장 ‘CKL스테이지’
설유진_연출가
제154호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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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907은 CKL스테이지에서 연극 <초인종>을 공연했다. 이전에 융복합공연과 무용, 연극 공연을 관람했을 때의 아주 단순했던 첫인상을 떠올려보자면 오랜만에 만나는 커다란 블랙박스 씨어터라는 것이었다. CKL스테이지는 상하로 구동하는 배튼 대신 캣워크를 설치해 층고가 높고, 무대세트를 세우지 않으면 깊숙한 곳까지, 171석인 수납식 객석까지 접으면 더 큰 무대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907은 수납식 객석을 접고 객석을 틀어(극장은 100개가량의 접이식 의자도 보유하고 있음) 설치해 마름모 형태로 무대를 썼는데, 관람한 다른 공연에서는 막으로 공간을 분할하기도, 객석을 배경으로 쓰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무대형태로 자유롭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CKL스테이지의 큰 강점이고, 사소할지 모르지만 분장실과 로비도 쾌적해 출연진과 관람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반입구의 진입로도 널찍한 편에 외부에서 무대로 승강기를 이용해 바로 반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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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L스테이지는 마이크를 사용하는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위해 설계된 공간으로, 육성을 주로 사용하는 연극공연을 하려니 극장의 소리가 낯설었다. 천장의 높이와 극장자재의 특성 때문인지 소리의 반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배우의 발성방향을 까다롭게 써야 했는데, 당시 무대세트를 따로 세우지 않았기에 더욱 그런 것일 수 있다. 또 극장의 위치적 특성상 여러 가지 행사나 시위 등이 외부에서 벌어질 때가 있었는데, 높은 출력의 스피커를 사용해 발생하는 외부의 소음은 완벽히 차단되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CKL스테이지 기획대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창작자는 공연장과 연습실을 무료 대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대관을 원하는 창작자는 미리 공연관람을 해보거나 대관 담당자에게 요청해 극장투어를 통해 여러 가지 사항을 체크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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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L스테이지는 중구 청계천로에 있는데, 아직은 관람객과 창작자, 특히 연극관객에게는 낯선 극장이다. 때문에 기획자는 대학로에서 공연을 할 때보다 모객에 신경을 더 써야한다. 그래도 입구를 재정비한 이후(슬프게도 907이 공연할 때는 공사 중이었지만), 극장의 가시성과 접근성이 높아졌다. 주변에 회사가 많아 훌륭한 식당과 카페 등이 있다는 점은 위치상의 장점이고, 극장을 나서면 바로 청계천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사진: CKL스테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