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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만난 사이

[연극인이 만난 사람] 박세련 X 김옥순, 김명식, 조정희, 김정훈

박세련

제257호

2024.07.11

안녕하세요? 저는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에서 연극을 만들고 있는 박세련입니다.
저는 산책을 종종 합니다.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하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산책은 천천히 걷는 ‘일’이라고 하는데, 어떤 화두의 이야기를 해도 괜찮고, 걷다-앉았다-멈추기를 해도 괜찮고, 말이 끊어지면 풍경을 보고 그저 걸어도 괜찮은 꽤나 좋은 ‘일’입니다. 처음 만나 낯선 사이에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극인이 만난 사람]에서는 극장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간단한 제 소개를 글로 보내 드리며, 함께 산책을 하자고 부탁드렸습니다. 아마도 아르코예술극장과 두산아트센터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분들이라 저를 비롯한 우리 중 누군가는 우연히 그분들을 만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말의 습관, 뉘앙스, 온도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글에 담았습니다.
서로는 낯설지만, 익숙한 장소를 함께 산책하는 시간은 낯선 서로는 가까워지고, 익숙했던 장소가 낯설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일’로 만난 사이, 연극노동자 박세련은 청소노동자 김옥순 님, 조정희 님과 경비노동자 김명식 님, 김정훈 님을 만났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청소노동자 김옥순 님과의 산책

세련
저희 차를 한잔 마시며 얘기를 할까요?
옥순
나는 커피를 잘 안 먹어요.
세련
저도 커피를 안 먹거든요. 닮은 점이 있네요.
옥순
(메뉴를 본다) 그럼 따뜻한 유자차요.
세련
(주문한다) 따뜻한 유자차랑, 저는 복숭아 아이스티를 마시겠습니다. 여기 잠깐 앉을까요? 오늘은 극장에서 같이 산책하면서 그냥 수다를 좀 떨고 싶었어요. 저도 자주 오는 곳이고 선생님도 일하시는 곳이라서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서요. 산책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서로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옥순
여기서 반장이니까. 그냥 반장이…(웃음).
세련
반장님! 알겠습니다. 옥순 반장님! 그럼 저는 그냥 세련이라고 불러주시면 좋아요.
옥순
세련!
세련
네! 제가 태어날 때 너무 쭈글쭈글 못생기게 태어나서 세련되게 크라고 부모님이 세련으로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름대로 큰 것 같나요?
옥순
예쁘게 잘 컸어요. 어릴 때는 다 그렇지 뭐. 나도 딸 하나 키우는데 저기 뭐야, 낳으니까 아예 못생겼더라고, 입이 커서. 근데 나중에 딴 데가 크니까 입이 조그매. 그래서 이뻐.
세련
옥순 반장님도 진짜 고우세요. 피는 못 속여요.
옥순
나는 세수하고 뭐 바르지도 않았는데(웃음).
아르코예술극장 청소노동자 김옥순. 갈색 짧은 곱슬머리에 연한 하늘색 반소매티셔츠 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고가 박힌 작업조끼를 입었다.
세련
제 소개를 조금 더 드리면 저는 연극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요. 혜화동 로터리 쪽에서 동료들이랑 극장도 공동으로 운영해요. 제가 연극을 하는 이유는 ‘사랑하기’ 위해서예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우리가 조금 더 따뜻하고, 함께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을 품는 게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옥순의 전화벨이 울린다) 네네네네. 받으셔도 돼요.
옥순
(통화한다) 언니 내가 이따 집에 가서 전화할게.
세련
중요한 전화는 아니세요? 괜찮으세요?
옥순
언니언니(웃음). 그래서 이제 사회가 자꾸 메마르니까. 옛날에는 참 사랑으로들 많이 이렇게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냉정한 분위기가 많잖아. 우리 딸도 제 엄마가 하는 거 이해를 잘 못 하더라고. 그리고 이제 자식을 감싸면서 키우고 싶은데 애들은 그러는 것조차도 싫어하는 부분도 있고.
세련
맞아요. 메말라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또 있으셨어요?
옥순
우리 같은 경우에는 아침에 7시 출근인데 6시나 6시 반쯤 출근해요. 10시 안에는 극장도 무대도 청소 다 해놓고 출연자들이 오면 이제 거기 안 들어가는 거지. 우리가 청소하는 게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출연하는 사람들은 정신을 몰두해야 하는데 우리가 왔다 갔다 하면 조금 그럴까 봐. 뭐 그럴 때.
세련
그러셨군요. 일찍 오시면 추가 근무 시간으로 잡히나요?
옥순
한 시간 일찍 나와서 그냥 마음 편하게 하는 거지. 그리고 여기는 외부 사람이 많이 들어와요. 주로 공연이 있는 금, 토, 일요일에는 관객이나 외부 사람들도 많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 화장실이 열 몇 개인데 입구까지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많이 와요. 나 힘들다고 막을 순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 일이 많이 힘든 편이야. 나도 한 7~8년 됐는데 화장실이 좀 힘들더라고.
세련
그러면 반장님은 언제부터 여기 일하셨어요?
옥순
한 5년 됐어요. 소장님이 저쪽(대학로예술극장) 사무실에 계시니까 여기는 제가 책임을 지고 있지요.
세련
막중한 역할을 가지고 계시네요.
옥순
내 할 일 하고 그러니까. 뭐 또 같이 있는 동료들도 잘 따라주고요. 여기는 이제 총 7명. 여자가 5명에 남자 2명 해서. 로비 관리하는 남자 분이 하나 있고. 바깥에 쓰레기 고르고 마당 쓸고 하는 분이 한 분 또 계시고. 1층 화장실 담당, 여기 연습실 담당, 또 저쪽에 소극장 화장실 담당, 지하 담당 이렇게. 그렇게 분야가 다 이제 다르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분장실 앞에서 김옥순과 박세련이 나란히 서서 이야기한다. 옥순은 오른손을 들어 무언가 설명하고 휴대폰을 들고 백팩을 멘 세련은 옥순을 바라본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연결된 분장실로 함께 들어간다) 아침에는 여기 밀대로 밀고 마포로 싹 다 닦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닦고. 여기는 맨발로들 많이 다니더라고. 깨끗이 해야 돼. 발에 막 이물질 밟히고 이러면은 (조금 작은 목소리로) 출연자들이 싫어하고. 사고 나면 문제가 되니까 신경을 많이 써요. 분장실이 7개가 있어요. 청소할 시간인데 8시도 안 돼서 오는 학생들도 있어요. ‘우리들이 공연한다!’ 마음이 들뜨지. 그러니까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지.
세련
(옥상으로 이동한다) 대극장에서 물이 샌다고 공사를 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나요.
옥순
그래가지고 나 한 6개월 쉬었잖아. 여기 어디가 물이 샜나 봐요. (건물 위쪽을 가리키며) 그래서 저기 기계가 망가졌다고. 이제 비 안 샌대요. (3층 옥상을 둘러 보고 1층 로비로 내려온다) 여기 의자도 닦고.
세련
이 극장에서 선생님들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네요. 청소하기 까다로운 곳이 특별히 있나요?
옥순
그렇지. 우리 손이 안 가는 데가 없지. 손닿는 데까지는 다 해야 되니까. 유리 닦는 게 제일 힘들어. 유리 닦는 게 좀 까다롭잖아, 떨어지면 깨지니까 긴장도 되고.
세련
오늘 반장님과 함께 극장을 산책하니까 다른 감각과 시선으로 극장을 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다음에 다시 이 극장에 오게 되면 같이 걸었던 반장님이 더 생각날 것 같습니다. 오늘 산책 어떠셨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또 있으세요? 여기 이용하는 시민 분들이나 공연 보러 오시는 관객 분들한테도 좋고요.
옥순
오후반 고생한다고. 우리 오전반은 고객들이 오기 전에 퇴근하니까 고객들하고 부닥칠 일이 별로 없어요. 오후반이 이제 많이 부딪히지. 걔들이 많이 힘들어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다 형제처럼 잘 지내고 시간을 다 여기서 보내기 때문에. 식구보다 여기서 생활을 더 길게 하잖아.
아르코예술극장 옥상. 김옥순이 오른손을 이마 위로 들어 햇빛을 가린 채 왼손을 들어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세련은 옥순을 바라본다.
세련
반장님,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하고 같이 듣는 노래나 아니면 반장님이 즐겨 듣는 노래가 있으세요?
옥순
(조금 쑥스러운 듯) 그거 나는 이제 뭐… 찬원이! 옛날 흘러간 노래 그런 거 좋아하고.
세련
진또배기! 이찬원!
옥순
(퇴근하는 동료들이 보인다) 얼른들 가. 나도 좀 이따 갈게. 집에 가면 또 여자들이 할 일이 많잖아, 뭐 하고 이러다 보면. 옛날에 젊을 때는 음악 틀어 놓고 막 청소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이제 그런 게 없어지더라고요. 나이가 들고 힘이 드니까.
세련
아직 한창이십니다, 반장님(웃음)! 여기 자주 오니까 인사드리러 또 올게요.
옥순
궁금한 거 있으면 오세요. 얼마든지 이야기는 해드릴게요.
세련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요. 반장님 금방 또 다시 뵙겠습니다. 조심히 퇴근하세요.

아르코예술극장 경비노동자 김명식 님과의 산책

세련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박세련이라고 합니다.
명식
김명식입니다. 지금 여기서 지금 공연 중인가요? 준비하고 계시는 건가요?
세련
아니요. 공연은 준비하고 있지 않고요. 어떤 일들 하시는지, 어떻게 하루를 보내시는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명식
여기는 공연장이니까 공연 보러 오시는 분들이 편안히 왔다 가시게 일하고 있습니다. 안내도 해드리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정성껏. 들어오시면서 어느 표를 어디서 파냐, 몇 시에 하느냐 이런 거 물으면 안내해드리고 저쪽에 책자, 가서 보시라고 얘기도 하고 주로 그런 일을 하고 있죠. (CCTV 화면을 가리키며) 여기, 만약에 사고 대비해서. 안에서 무슨 화재가 났다든가 하면 굉장히 위험한 거잖아요. 그리고 관람객이 어디서 부딪혀가지고 사고가 났다든가, 또 다툼이 생긴다든가. 화면 보면서 그런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해결하려고 해요.
아르코예술극장 경비노동자 김명식. 안내데스크 안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왼팔을 올리고 테이블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그의 뒤로 놓인 두 개의 모니터에서 극장 곳곳을 비추는 CCTV화면이 나오고 있다.
세련
순찰도 도시겠어요?
명식
순찰도 당연히 돌죠. 정리해놓은 위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물건이 훼손됐나, 바닥에 물이 흘러져 있는가도 확인하고, 철수 끝나고 나가면 나머지 정리도 깨끗이 해주고. 물건을 잃어버렸다든가 하면 어디서 잃어버렸냐 물어보고. 밖에서 흘리는 건 몰라도 안에서 분실하는 거는 거의 찾아드립니다. 손님들이 자기 물건 아니더라도 어디에 떨어져 있으면 가지고 와서 저에게 맡기고 가요.
세련
매 공연마다 한두 건씩 있나요?
명식
네. 그렇죠. 물건을 화장실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물건을 보관하는 것도 한도가 있잖아요. 그럼 대학로예술극장 지하에 고객지원센터로 다 보내요. 분실하신 분이 찾으러 오면 그쪽으로 안내도 하고요.
세련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되게 안전한 극장 같은 기분이 팍! 들어요.
명식
감독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와서 편안히 왔다 가시게끔 그렇게 유지하는 거죠.
세련
여기서 근무를 얼마나 하셨나요? 미화 선생님들하고도 가깝게 지내시나요?
명식
거의 한 5년 된 것 같은데. 서로 협력해야지. 특히 비가 올 때라든가 물이 어디 고여 있다든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을 하면 알아서 다들 가세요. 구체적으로 내가 뭐 어떻게 설명을 안 해도 다들 많이들 해보셨으니까. 합이 맞죠.
세련
한 팀처럼 움직이시는군요.
명식
그래야 뭔가 운행이 되죠. 분야는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함께 같이.
세련
5년 정도 근무하셨다고 했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여기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명식
그전에는 식품 도매 일을 했어요. 판매도 하고 또 도매도 하고. (‘국장’을 찾는 손님과 한참 대화를 나눈다)
아르코 예술극장 로비. 김명식이 안내 데스크에 두 팔을 걸친채 서서 이야기한다. 그는 하늘색 반소매 셔츠 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고가 있는 작업조끼를 걸치고 안경을 썼다.
세련
(손님 나간다) 스윗하셔요, 선생님.
명식
예예예. 허허허. 국장을 찾는데 아마 좀 혼동이 되시나 보네.
세련
근데 방금처럼 조금 쌀쌀맞은 손님들 오시면 서운하고 그러지 않으세요?
명식
저분을 생각해 줘야죠. 최대한으로 제가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밖에 없어요. 우리 극장에 오는 손님이니까요.
그 아까 질문, 전에 했던 일. 솔직히 장사가 영업이 잘 됐으면 계속했을 텐데. 식자재라는 게 그전에는 보통 작은 회사나 개인이 만들어서 파는 게 많이 있었잖아요. 근데 큰 회사에서 이 물건 저 물건 만들어 놓으니까 이름이 없는 물건은 판매가 되게 힘든 거죠.
세련
대기업에서 찍어내는 것들 말씀하시는 거죠?
명식
그렇죠. 그래서 그만둔 거죠. 그만두고 나니까 뭔가 이제 나도 뭘 해야 되는데 집에서 놀 수 없잖아요. 가족도 있고. 어쨌든 간에 그냥 내 용돈만 벌면 어떻게 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전에 일 다니면서 경비하는 분들을 많이 봤지. 힘 안 들이고 할 것 같으면서도… 근데 막상 해보니까 그렇게 쉬운 건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해서 몸에 습관이 돼서 괜찮은데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죠.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좀 뭐라 그럴까… 그때는 이렇게 편치가 않았죠. 제가 사근사근한 그런 성격이 안돼요. 좀 약간 무뚝뚝해요. 그래서 사람 사귀고 그러는 게 처음에는 좀 딱딱하다고 그럴까. 누가 오면 이렇게 인사를 해도 자세가 딱딱하게 나와요. 요즘에는 웃으면서 다 이렇게 받아주고 그래요. 또 여기 화면을 보면 로비 2층이 다 보이는데 처음 일 시작할 때는 몇 번을 직접 가서 확인하고 그랬지. 괜히 일 생길까 봐 걱정이 돼서. 그때는 너무 몰랐으니까.
세련
선생님만의 노하우들이 많이 생기셨군요.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명식
나가서 식사들 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주로 여기서 직접 밥을 지어서 먹고 그래요. (휴게 공간을 보여주며) 저는 쌀을 갖다 밥을 해요. 식당에서 몇 번 먹어보는데 도저히 못 먹겠어요. 집에서 먹는 반찬 그대로 갖다 놓고 똑같이. 와이프가 솜씨 괜찮아요(웃음).
세련
아휴. 그러면 밖에서 먹는 게 맛없을 만해요.
명식
아침에 와서 쌀 좀 씻어서 딱 앉혀놓으면, 요즘 밥솥도 좋잖아. 아침에 밥 해놓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 아주 따뜻한 밥 먹죠. 물도 따뜻하게 포트기에 데워서 먹고요. 찬물을 난 못 먹어. 습관이 그렇게 돼 있어요.
세련
다음에 같이 먹어요. 저도 반찬 싸올게요(웃음). 취미가 있으세요?
명식
제가 색소폰 동호회에 지금 다니고 있거든요. 이거 한번 보여드릴까요?
세련
보여주세요. 자랑 해주세요! TV에서 보면 색소폰 부시는 분들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명식
(환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을 찾는다) 한번 제가 한번 찾아볼게요. 동호회에서 가끔 이렇게 앉아서 이렇게 발표하고 하고 그래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도 있고요.
김명식과 박세련이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바라본다. 연습실 거울에 비친 연주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세련
(연주 동영상 감상) 우와. 소리 너무 잘 나는데요. 언제부터 배우셨어요?
명식
오래 됐죠. 거의 한 10년. 근데 하다 안 하다 하다가 요즘에 다시 시작한 지가 좀 됐어요. 동네에 한데 모여가지고 돌아가면서 한 번씩 자기 노래하고 그래요. (다른 연주 동영상을 보여주며) 처음에 알토를 3개월 정도 했어요. 근데 옆에서 누가 테너를 하시는데 소리 자체가 굵직하게 나요. 소리가 좀 굵고 풍부하다? 그래서 저도 바꿔서 테너를 시작했어요.
세련
제가 공연을 기획해서 선생님을 모셔야 될 것 같아요.
명식
(웃으며) 나가서 공연할 정도는 안 되고 앉아서 심심풀이로 시간 보내러 가는 겁니다.
세련
멋지세요. 재밌는 이야기 많이 해주셔가지고 너무 즐거웠습니다.
명식
제가 사람을 보면 기억해야 하는데. 하도 많이 보니까 누가 누가 왔는지 잘 몰라요. 나중에 몰라봐도 서운해 말아요.
세련
제가 또 자주 오고 가면서 기억하실 수 있게 인사드릴게요. 고맙습니다.
명식
예예. 수고하세요. 힘내요.

두산아트센터 청소노동자 조정희 님과의 산책

세련
처음 뵙는 거라 어떻게 좀 소개와 인사를 어떻게 드리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편지처럼 소개글을 보냈는데 읽어보셨나요? 궁금하신 건 없으셨어요?
정희
운동을 하다가 연극으로 진로를 확 전환한 거잖아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세련
운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연극 만들 때 체력은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선생님도 일하실 때 힘에 부치거나 그러지 않으세요? 아무래도 넓은 구역을 하셔야 되니까요.
정희
제가 여기서 힘이 제일 세요(웃음). 제가 원래 골격이 좋은데, 그것 때문에 청소한 건 아니었지만. 아까 조금 웃겼던 게 탕비실 세면대 수도꼭지가 잘 돌아갔는데 동료가 (수도꼭지를 돌리는 시늉을 하며) ‘언니 이거 왜 이렇게 뻑뻑해요? 이거 너무 안 열려요.’ 그러면서 두 손으로 막 하는데 ‘아니 이게 왜 안 돼?’ 하면서 한 손으로 돌렸어요. 저는 맨날 이렇게 한 손으로 사용하던 그걸 걔는 막 두 손으로 이렇게 하고 있어(웃음).
세련
여기서 힘도 담당하시고 계시군요(웃음)?
정희
예. 힘 담당이에요. 근데 제가 보니까 공연하시는 분들이 더 힘드신 것 같아요. 매일매일 출연하는 분들은 주6일 근무잖아! 분장실 청소하러 갔는데 너무 힘들다고 그러시는 거 들었거든요. 매일매일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세련
열악하죠(웃음)!
정희
(산책을 위해 이동한다) 피아노예요.
세련
저도 두산아트센터 올 때마다 이렇게 밟아요. (발로 밟아 소리를 낸다)
정희
청소하면서 밟아보면 약간 피치가 떨어져서 요새 밟는 맛이 없긴 해요. (지하로 내려간다)
세련
(복도에 있는 빨간 사람 모양 조형물을 가리키며) 설치물도 선생님들이 관리하시나요?
정희
저걸 빅보이라고 해요. 남자 선생님이 하세요. 제가 하기도 하고.
세련
아, 설치물도 다 선생님들이 관리하시는군요!
정희
(연강홀로 이동해 자신의 청소도구들을 보여주며) 파란색 마포는 객석을 청소하고요. 화장실에서는 항상 분홍색 마포를 써요. 색을 구별을 해서 쓰고 있는 거예요. 위생적으로.
세련
아하! 선생님만의 특별한 청소 노하우가 있으세요?
정희
언니들이 가르쳐준 것들이 있어요. 아주 좋은, 혁명적인! 걸레를 빨다 보면 비누 거품 많이 나잖아요. (개수대에 액체 세제를 조금 넣고 물을 강하게 튼다) 그럼 어떻게 하세요? 거품 나는 곳에 이렇게 비누를 넣으면은요. 거품이 없어져요.
세련
우와! 너무 신기한데요. 너무 좋은 팁입니다! 설거지할 때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희
그전에 일하던 데서 제 사수가 이렇게 알려줬어요. 제가 또 여기 같이 일하는 친구한테 알려주고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되게 괜찮은 방법이에요. 그래서 저는 언니들 정말 대단하다 이런 생각해요. (샤워실 문을 연다. 화장품, 거울, 극장 공연스케줄표, 접이식 의자 등이 놓여있다)
타일 벽에 화장대와 거울이 설치된 좁은 공간을 촬영한 사진. 화장대의 오른쪽에는 텀블러와 휴지, 약간의 간식, 선풍기, 책상달력 등이 단정하게 놓여있다. 달력 뒤에는 평정심과 참을 인 세 개를 한 페이지에 인쇄하여 코팅한 종이가 놓여있다. 거울 왼쪽 벽에는 일정표와 붉은 장미 그림이 붙어있다.
세련
선생님 개인 휴게 공간이시군요.
정희
(서둘러) 잠깐만요. 원래 화장 안 하는데 인터뷰한다고 화장품 갖고 와 갖고(웃음).
세련
(벽에 붙어있는 종이를 본다) 선생님! ‘평정심’ 글을 뽑아서 붙여 놓은 게 인상적이에요.
정희
제가 마음이 들끓을 때마다 평정심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해놓은 거예요. 그냥 참아야 하는 것들이 우리 모두 좀 있잖아요. 요즘에 또 갱년기가 와가지고 감정 기복이 생기고 그러니까. 그래서 그냥 저렇게 해놓으면 왔다 갔다 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준미
‘참을 인(忍)’자가 3개나 적혀있네요! (웃음).
정희
하나를 하면은 이게 좀 안 맞는 것 같아서, 밸런스!
제가 저쪽에 두산 빌딩 있잖아요. 거기서 미화했어요.
세련
아~ 두산 빌딩에서 두산아트센터로 이직하신 거군요.
정희
거기는 쇼핑몰이랑 면세점이었는데 에피소드는 거기가 제일 많아요. 정말 다이나믹해요. 변기 위에 뚜껑에 일을 보고 가시더라고요. 너무 놀랐어요. 그래서 여기 오니까 너무 너무 쾌적하다고 느껴요. 근데 사실 여기서도 얼마 전에 좀 심하게 싸신 분을 봤는데(웃음)… 오랜만에 보니까 재밌기도 하고 그랬어요.
세련
이 인터뷰를 보고 모두모두 조준을 잘 해주시면 좋겠어요.
정희
(연강홀 극장 객석 문 앞에 놓인 ‘미끄럼주의’ 안전판을 가리킨다) 항상 일하기 전에 이 안전판이 있어야 돼요. 사고의 위험을 예방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관객분들이 미끄러진다거나하는 일이 생기면 이 안전판이 우리 청소하는 사람들 안전장치이기도 하고요. 바닥이 마루라서 물질을 하면 안 되거든요. 알코올도 뿌려서 닦고요. (연강홀 공연 캐스팅 보드를 보며) 제가 일할 때 로비 모니터로 공연 노래가 나와요. 여기 최고의 복지에요. 이제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해요. 공연을 두세 달씩 하니까. 외울 정도예요. 그래서 일하면서 듣고 오늘은 어떤 배우구나~ 생각하고 여기 캐스팅 보드를 보고 맞나 확인해보고 그래요. 그럼 딱! 맞아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로비를 넓게 촬영한 사진이다. D, E가 적힌 객석 문 앞에 조정희와 박세련이 노란색 미끄럼주의 안전판을 사이에 두고 서 있다.
세련
댁이랑 근무지랑 가까우신가요? 이동하실 때 듣는 음악이 있으세요?
정희
저 노원에 살아요. 40~50분 이동을 해요. 제가 얼마 전에 휴대전화 정리한다고 실수로 다운받은 노래들을 다 날렸어요. 700곡씩 다운받았던 노래가 7개 남고 다 날아갔어요. 그래서 노래 안 듣고요. 요즘에 유튜브로 영어 공부해요(웃음).
세련
아이고. 그런 일이 있으셨네요.
정희
옛날부터 영어를 하고 싶었어요. 죽기 전에 많은 걸 눈에 담고 싶은 게 제 로망이라,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서. 그러면은 짧게라도 몇 마디를 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영어 공부를 하려고 그랬는데 돈을 써야 되는 거잖아요. 방법이 없을까 찾다가 유튜브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거예요. 100일만 들으면 귀가 트인다고 했거든요? 근데 어찌나 안 들리는지 정말. 지금 벌써 6개월이 다 돼 가는데… 진짜 100일만 들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솔직히 제가 나이도 있고 공부 계속 안 하다가 시작한 거니까. 그냥 한번 계속 들으려고요.
세련
기억나는 문장 하나 저도 알려주세요.
정희
첫 번째 문장이 ‘오셔서 감사합니다’, ‘땡큐 포 커밍’인데 그것만 알아들어. 집중력이 떨어지나 봐. 근데 또 무조건 하나만 파는 게 제일 무섭대요(웃음).
또 좀 이렇게 에너지 끌어올리는 것도 봐요. <맛있는 녀석들>, <무한도전> 1회부터 다 봤어요. 옛날에 <무한도전> 달력 만들고 다이어리 나오고 그랬을 때 해마다 샀었어요. 집에도 아직 있어요. 너무 웃기잖아요. 유쾌하고 그런 거 좋아해요. (진지한 목소리로) 제가 처음에 청소를 시작한 게 9년 전이었거든요. 근데 그때 제가 진짜로 인생 언니로 삼는 분을 만났어요. 그 언니가 진짜 타고난 긍정이에요. 저는 그 언니 보면서 노력형 긍정으로 좀 바뀐 편이에요. 항상 무슨 일을 하다 보면 멘탈이 좀 무너지잖아요. 근데 그 언니는 항상 ‘뭐 어때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게 진짜 힘이 많이 됐어요.
세련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연극 만들면서 힘들고 체력도 많이 쓰게 되거든요. 힘들 때 잠깐이라도 좀 긍정적이고 밝은 거 보면서 힘든 거 다 잊어버릴 수 있는 에너지를 받는 게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정희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언니들이 다 갱년기였어요. 어떤 언니는 한 달에 70만 원을 들여서 한약을 먹는데도 잠을 못 자고 그러더라고요. 저도 이제 갱년기가 왔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잠을 잘 자서 정말 다행이에요. 제 친구들이 ‘잠 안 오더라’ 그러면 ‘청소를 해라, 몸을 써야지 잠이 와!’ 그런 얘기 농담 삼아 하기도 해요. 요즘은 청소하는 분들이 좀 젊어졌어요. 옛날에는 60대 후반 분들이 많이 했는데 지금은 50대도 많이 오고. 아까 일하던 그 동료는 40대예요. 딱 제가 청소일 시작한 나이랑 같아요.
조정희가 박세련을 향해 웃으며 이야기한다. 조정희는 남색 반소매 카라 티셔츠에 짙은 남색 앞치마를 입었다. 귀 아래로 떨어지는 검은 생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썼다.
세련
애틋함이 더 있으시겠어요.
정희
그렇죠. 근데 너무 막 그렇게 감정을 실으면 안 돼요. 일할 때는 냉정해야 돼요. 되게 가족 같긴 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일을 해야 마음도 안 다치고 상처도 안 받고 그러더라고요. 모든 관계가 다 그렇잖아요. 그래서 딱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인사하고 뭐 조언 들을 거 있으면 듣고 딱 거기까지 그런 게 좋은 것 같아.
세련
일을 할 때는 적당히 거리를 두라! 되게 와 닿는 말씀인 것 같아요.
정희
그래서 제가 요즘 ‘왜요’를 안 물어보려고 해요. ‘왜?’ 이렇게 물어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이제 그의 인생에 제가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궁금해도 꾹 참고(웃음).
세련
청소 노하우, 인간관계 노하우까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정희
(조심스럽게) 집에 있는 쓰레기 좀 안 갖고 오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집에 냉장고 정리한 쓰레기나 음식물을 극장 화장실 쓰레기통에 넣고 가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요. 공연 오신다고 이쁘게 입고 오셨을 거잖아요~
세련
외부 쓰레기 버리지 말아주세요! 시간 내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정희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두산아트센터 경비노동자 김정훈 님과의 산책

세련
안녕하세요, 박세련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넥타이에 클립이 멋지세요!
정훈
(반듯한 자세로 앉아) 김정훈입니다. 반갑습니다. (클립을 보여주며) 이건 이제 제가 전에 63빌딩에서 근무했었거든요. 이게 청원 경찰 마크예요. 경찰하고 약간 비슷한데 좀 달라요.
세련
공간 관리하시는 선생님들 보면 경찰관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군요!
정훈
경비 문화는 군대 문화에서 온 거예요. 군대에는 경계 근무를 서잖아요. 경비가 거기서 온 문화예요. 그리고 여기는 이제 일반 빌딩이니까 일반경비들이 하고 있거든요. 또 공항이라든가 발전소 이런 국가 중요 시설에는 특수경비라고 따로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총도 갖고 다니고 그래요. 훈련도 받고 특수 장비들도 있습니다.
세련
그러면 은행에서 경비하시는 분들도 특수경비인가요?
정훈
청원 경찰이라고 거기는 일반경비에 속해요. 여기같이 건물을 지키는 건 시설경비라고 하고. 저는 시설경비에 속해요. 그다음에 신변 보호 경비라고 우리가 말하는 경호원들. 그다음에 기계 경비라고 세콤 같은 게 있고요. 그다음에 호송 경비라고 하나 더 있는데 현금 실어 옮기는 거 있죠.
세련
우와. 실장님 경비학 개론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잘 알고 계시는데 이쪽 관련한 공부를 하신 건가요?
정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이제 경비 지도사 자격증이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알아야 될 게 좀 많이 있고 교육도 좀 받고 그래서. 그러다 보니까 뭐 좀 알고 있는 거죠. 경비사 자격증이 되게 어려워요. 경찰 준비하는 사람들도 따요.
두산아트센터 경비노동자 김정훈. 흰색 반소매 셔츠와 흰 장갑을 착용했다. 밝은 남색에 얇은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메고 타이핀을 꽂았다. 테가 얇고 알이 큰 안경을 썼다. 앞에 있는 테이블에 무전기가 세워져 있다.
세련
실장님은 여기서 근무를 오래 하셨나요?
정훈
6년 7개월 정도 했어요. 이전에는 63빌딩에 있었고 그다음에 호텔이 있었어요. 그다음에 양재동 AT센터. 보안팀장을 다 했었죠. 국제전자에도 잠깐 있었는데 그리고 여기 와서 오래 다니고 있어요.
세련
경비 일을 오래 하셨군요.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으세요?
정훈
두산 그룹이 딴 데 비해서 되게 좀 유한 게 많아요. 이전에 일하던 데는 딱 회장이 뜬다! 그러면 난리 나는 거야. 그 당시에 그 앞 대교에까지 나가 있었어요. 거기서 무전을 치는 거야.
세련
도로까지 막았어요? 민간기업 회장도 도로를 통제하나요?
정훈
그걸 했으니까 주위에서 욕을 좀 많이 먹었죠. 우린 죄송하다고 막 그래야 되는 거야. 근데 두산은 그런 게 거의 없어요. 여기 이사장님도 그룹 회장님 하시고 했지만 권위주의 이런 게 굉장히 없는 편이에요.
세련
그때 힘드셨겠어요.
정훈
경비는 요즘 같은 경우 서비스 쪽이니까. 도둑놈을 잡는 이런 개념이 좀 부족하잖아요, 특수 시설이 아니면. 보안이라고 얘기하지만 법적으로는 정확하게 경비원으로 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용어가 TV나 방송에서 아주 쉽게 우습게 나오는데, 경비원이 그런 나쁜 말은 아니에요. 내가 항상 우리 직원들한테 그 말을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그래요.
세련
오시는 손님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나요?
정훈
옛날 지하에 맥주집이 있었어요. 지금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요. 물어보면 지금은 없어지고 문화 공간으로 다 만들었다고 얘기를 해요. 우리 직원 중에서도 ‘여기 맥주집 있었어요?’ 그러면 제가 ‘당연하지 이 사람아 여기가 OB인데~’(웃음).
세련
일하시면서 변하거나 바뀐 게 있었나요?
정훈
주변 식당 음식이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어요. 건물 앞에 순두부집이 한 6~7천 원 정도 된 것 같은데. 저쪽 뒤에 순댓국집도 많이 올랐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세련
근무 끝나시면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정훈
토요일마다 꼭 등산을 해요. 등산하게 되면 하루 종일 서도 다리가 안 아파요.
세련
어느 산을 자주 가세요?
정훈
남부 터미널 쪽에 보면 우면산이 있어요. 거기를 타고 가서 사당을 지나서 관악산 정상을 찍고 과천으로 내려가서 청계산을 타고 집에까지 돌아와요. 그게 한 10시간 정도 걸리는데. 처음에 했을 적에는 우면산 타고 관악산 타는 것도 힘들었거든요. 계속하다 보니까 되더라고. 또 ‘불수사도북’이라고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에서 그다음에 북한산까지 다섯 개 산을 종주하는 것도 있잖아요. 거기도 아마 거의 한 12시간 정도 걸려요.
세련
대단하세요(웃음).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있으세요?
정훈
조금 공부하고 싶은 게 양자 역학이거든요. 그게 되게 재밌잖아요. 이렇게 디지털 화면 나오는 것도 대부분 다 양자론에서 발견하게 된 거거든요. 또 세상을 바꾼 17가지의 방정식이 있대요. 자연 상수라고 우연히… 오일러라는 사람이 발견한 건데. 우리가 흔히 아는 미분 같은 접근 방식으로 쉽게 풀 수 있는 그런 게 있나 봐요. 근데 그걸 좀 하려고 그랬더니 또 너무 어렵더라고요.
옛날에는 책을 좀 좋아했었죠. 춘원 이광수 작품부터 시작해서, 이문열이 욕은 많이 먹었지만 옛날에 글을 잘 쓰기로 소문이 많이 난 사람이야. 옛날에 최인훈의 『광장』이라는 책, 60년 쯤에 나온 책인데 그 책이 굉장히 잘 된 책이에요. 그거 이후로는 조정래 선생 『태백산맥』부터 시작해갖고 다 읽었지. 그런 책들이 우리 때는 되게 인기가 좋은 책들이었어요. 양자역학부터 해갖고 술 먹고 얘기하기 아주 좋아(웃음).
세련
오늘 같은 날 술이 없네요(웃음).
두산아트센터 건물 주차장 입구에 김정훈과 박세련이 서있다.
정훈
(건물 밖으로 나와 걷는다) 우리 주차장 있잖아요. 여기가 도로가 좀 좁게 돼 있거든요. 그리고 여기 또 배달 차들이 많이 오잖아요. 주차 유도나 이런 걸 좀 잘 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무 차나 막 세우고, 그렇게 되면 주차 통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두산아트센터 외부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쪽에서 가끔 가다 술 먹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거 관리도 하고 저녁에는 주로 주차 정리하고, 겨울에는 저쪽에 들어가는 계단에 눈이 오면 미끄럽거든요. 안전 관리해야 해요. 휠체어 이동하는 경사로는 되게 미끄럽거든요. 또 순찰도 돌면서 갤러리가 이상이 없나 확인하고, 건물로 들어가서 계단으로 꼭대기층까지 순찰을 하고 나서 밑에 지하 3층까지 연강홀이 있고 스페이스111 있으니까 그쪽까지 다 돌아요.
세련
그렇게 한 번 쭉 돌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정훈
야간에는 1시간 반 정도 걸려요. 불도 꺼야 되고 문도 닫아야 되고. 주간에는 사무실에 사람들이 다 있고 그러니까 우리가 들어갈 필요가 없잖아요. 그때는 비상계단에 혹시 쓰러져 있는 사람이 없나 확인해요. 전에 한 번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도 늦게 발견하게 되면 위험하니까요. 특히 우리 회사는 화재 같은 거 났을 적에 시스템이 잘 돼 있어요. 우리는 인력 대피 정도만 열심히 해주면 되는 거지. 아직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워낙 그런 게 철저하게 잘 돼 있어서.
세련
건물 관리를 넘어서 우리들의 생명도 전부 관리해주고 계시네요.
정훈
안전 관리가 다 관계가 돼 있는 거죠.
세련
(로비 데스크로 함께 이동) 여기에 거울을 이렇게 두고 계시군요?
정훈
손님이나 직원을 맞이해야 하니까 용모를 또 단정히 하면 좋죠(웃음).
세련
일하시면서 제일 보람될 때는 언제세요?
정훈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가 여기서 이렇게 분실물을 많이 찾아줘요. 거의 다 웬만하면 다 찾아줍니다. 찾아드리면 아무래도 좋죠. 그게 대가를 바라서 하는 건 아니고 그걸 잃어버린 사람이 얼마나 안타깝겠어요. (학생증을 만지작거리며) 근데 여기 학생은 내가 연락을 했는데 오질 않네. 학과 사무실로 전화도 했는데 소식이 없네.
세련
혹시나 이 글을 읽으면 꼭 찾아가 주세요! 실장님 퇴근 시간인데 길게 이야기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오고 가면서 또 인사드릴게요.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정훈
어쨌든 보탬이 됐음 좋겠어요. 그리고 궁금하시면 언제든지 오시면 됩니다. 여기 와서 특별하게 이렇게 인터뷰할 일이 별로 없으니까.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다고 하니까 흔쾌히 응해줘야죠.
세련
고맙습니다. 선생님 또 뵙겠습니다.
정훈
그래요. 감사합니다.
두산아트센터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선 김정훈과 박세련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옆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산책할 때, 들으면 좋을 리스트를 추천드립니다.

1. 이찬원의 <진또배기>
2.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3. 소리튠 영어의 100일 프로젝트
4. 아인슈타인의 양자론

[사진: 예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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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련

박세련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에서 함께 연극을 만들고 있다. 동료들과 모여 작은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인형과 작업하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park_ser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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