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는 대학 주변 번화가 뒤편에 있었다. 역을 나와 큰길을 세 번 꺾어야 했다. ‘컬러 필드의 100번째 도시, 건진.’ 대로마다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청년창업기금 800억 유치 성공.’ 폭죽, 풍선, 꽃다발 이모지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안류지는 실눈을 떴다. 보도 건너편 펍은 한 주 만에 밀웜 식당으로 바뀌어 있었다. 행인 몇이 입구 앞에 서서 귀리 샐러드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광고를 읽었다. 수업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저 벤치에서 읽을까. 몇 발짝만 걸으면 되겠는데. 안류지는 일을 하려다 말고 가만히 서서 초여름 열기를 느꼈다. 몸에 붙는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빛나 보였다. 그는 자신의 옷차림을 다시 살폈다. 딱히 유행에 뒤떨어지는 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비교 자체가 문제였다. 그만두자. 나에게도 남에게도 무례한 태도야. 업무는 아무래도 실내에서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게 정상이냐고. 컬러 필드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다들 미쳤어.

저작권자의 요청에 따라 작품의 이하 내용을 비공개 전환합니다. 해당 작품의 전문은 박문영의 소설집 『방 안의 호랑이』(창비, 2024년 1월 출간 예정)에서, 본 작품을 개작한 장편 소설은 『컬러필드』(안전가옥, 2023)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3. 12. 22.

박문영

가능성이란 단어가 늘 원대한 건 아닌 것 같다. 언제든, 누구든, 뭐든. 이 말에 달린 창문은 정말 클까.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려고 하지만, 어떤 단념은 구원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한번 문밖을 나선 이 치졸한 인물이 자기 보폭을 찾을 수 있길.

2021/06/29
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