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값이 너무 올랐어.”
   “용돈은 그대론데.”
   “경제가 어렵다잖아.”
   동네 친구인 은수와 준호, 정우는 어린이집이 끝나고, 여느 때와 같이 놀이터에 모여 있었다. 늘 하던 대로 과자를 돌려먹으며 바닥에서 놀았다. 얼마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과자는 금세 떨어졌다. 셋이서 팔짱을 끼고 과자 봉지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과대포장도 문제야.”
   “작년엔 한 봉지로 충분했는데.”
   준호가 빈 과자 봉지를 입에 대고 탈탈 털었다.
   “이러니 수입 과자가 늘어나지.”
   정우가 아는 체하며 어깨를 쓱 올렸다. 과자 봉지를 털고 있던 준호가 무슨 소리야 하며 돌아보고 은수도 쳐다보았다.
   “수입 과자?”
   은수가 되물었다.
   “그게 뭐야?”
   준호 역시 궁금한 눈치였다.
   “나도 모르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정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근데 수입 과자라는 건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아?”
   “우리 엄마가 그랬어.”
   정우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했다.
   “수입 과자?”
   “그게 뭐지?”
   “찾아보자.”
   정우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수입 과자를 찾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서 만든 과자라는데?”
   정우의 말에 은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나라가 뭐야?”
   “다른 동넨가?”
   “나는 모르지.”
   셋이서 정우의 핸드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우리 동네에서 다른 나라 본 사람?”
   “못 봤는데.”
   “그럼 수입 과자는 우리 동네에 없겠네?”
   빈 봉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은수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대책이 필요해.”
   “용돈이 너무 적어.”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지.”
   셋이서 입을 꾹 다물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은수가 말했다.
   “엄마랑 협상해 본 적 있어?”
   “죽으려고.”
   “난 맞았어.”
   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뒤통수를 만졌다. 은수가 그런 둘을 번갈아 보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지갑을 털자.”
   “죽으려고.”
   “나 맞았다니까.”
   정우가 짜증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아빠 지갑?”
   “너 아빠 본 적 있어?”
   “아빠가 누구였더라?”
   준호가 옆을 보자 정우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찾아보며 중얼거렸다.
   “뭔가 대책이 필요해.”
   “맞아, 대책.”
   “용돈 대책.”
   핸드폰으로 이리저리 뭘 찾아보던 정우가 갑자기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우리 은행 털까?”
   “은행?”
   “그게 뭔데?”
   은수와 준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화에서 보면 사람들이 돈 없으면 은행을 털어.”
   “정말?”
   “정말?”
   “봐봐.”
   정우가 은수와 준호에게 핸드폰으로 은행 터는 영화를 찾아 보여주었다.
   “은행이 뭐지?”
   “거기 돈 많아?”
   “영화에서 보면 돈 엄청 많아.”
   정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팔로 원을 크게 그렸다.
   “정말 많아?”
   “얼마나 많은데?”
   “무지하게 많아.”
   정우가 두 팔을 쫙 펴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은행 털면 과자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겠네.”
   “아이스크림도.”
   “난 초콜릿.”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였다. 셋은 입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은행 어떻게 털어?”
   “맞아. 어떻게 해?”
   “영화 보면 다 나와.”
   정우가 다시 은행을 터는 영화를 보여주었다.
   “근데 이 사람들 총 들고 있잖아.”
   “우리 총 없는데.”
   “장난감 총으로도 돼.”
   정우가 핸드폰으로 다른 영화를 찾아 보여줬다.
   “봐, 여기.”
   “어디?”
   “어디?”
   영화에서 어떤 아저씨가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얼굴도 못 들고 벌벌 떨었다.
   “맞지? 장난감 총.”
   “어, 저건 내 거랑 같은 거다.”
   “내 거랑 달라.”
   장난감 총을 보며 셋이 동시에 소리쳤다. 은수가 영화를 골똘히 보더니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행을 털자.”
   “과자를 위해.”
   “거봐. 은행이 최고라니까.”
   정우가 우쭐하여 어깨를 들썩거렸다. 은수가 준호와 정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계획이 필요해.”
   “준비물도 있어야 되고.”
   “일단 장난감 총은 있고……”
   정우가 핸드폰으로 은행 터는 영화를 보며 중얼거렸다. 은수와 준호도 옆에 바짝 붙어서 열심히 영화를 봤다.
   “은행 털면서 가면 쓰네? 너 가면 있어?”
   “아니, 없어.”
   “나도 없어.”
   은수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은행 털려면 가면이 있어야 되는데.”
   “가면 없으면 은행 못 털어?”
   준호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 마스크 써도 돼.”
   정우의 말에 은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마스크 써도 돼?”
   “나 마스크 있어!”
   “여기 봐. 마스크 써도 돼. 그런데 마스크 쓰면 선글라스도 써야 돼.”
   정우가 보여주는 영화에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이 은행을 털고 있었다.
   “나 선글라스 있어.”
   “나도.”
   “나도.”
   다들 선글라스가 있다고 하자 은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면 없어 은행 못 터나 했는데 다행이다.”
   “그러게 다행이다.”
   “난 마스크 써도 된다는 거 전부터 알고 있었어.”
   정우가 잘난 척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곤 다시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우리 가방 있어야 돼.”
   “가방?”
   “가방은 왜?”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은수와 준호에게 정우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가방을 줘야 돈을 줘.”
   정우의 핸드폰 영화에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사람이 가방을 주자, 다른 사람이 가방에 돈을 담아 주었다.
   “아하, 가방을 줘야 돈을 주는구나.”
   “돈 받으려면 가방이 있어야 돼.”
   “그렇지? 내 말 맞지?”
   정우가 씩 웃었다.
   “나 어린이집 가방 있어.”
   “나도.”
   “나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가방 몇 개 가져가야 돼?”
   “맞아, 몇 개 가져가야 돼?”
   “잠깐만, 영화 보고.”
   다 같이 정우의 핸드폰으로 영화를 봤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전부 가방을 하나씩 메고 있었다.
   “전부 가방을 메고 있네.”
   “우리도 하나씩 있어야겠네?”
   “셋 다 가져가자.”
   “그래.” 은수의 말에 다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은?”
   “뭐해야 돼?”
   “사전답사해야 된다는데?”
   정우가 핸드폰을 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은수가 눈을 멀뚱거리며 물었다.
   “사전답사?”
   “그게 뭐야?”
   “터는 은행 미리 가보는 거야.”
   정우가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


   “어떻게 왔니?”
   셋이서 은행으로 들어가자 경찰 옷을 입은 아줌마가 웃으면서 다가와 물었다.
   “저희 은행 털……”
   정우가 말하려는 순간 준호가 입을 틀어막았다.
   “저희 사전 답……”
   은수가 준호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저희 구경 왔어요.”
   아줌마가 방긋 웃으며 은행 안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그래? 잘 놀다 가렴.”
   “네. 감사합니다.”
   모두 아줌마를 향해 고개를 꾸벅했다. 뒤쪽으로 가서 셋이 나란히 의자에 걸터앉았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대롱거렸다. 은수가 후유,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들킬 뻔했다.”
   “역시 은수가 최고야.”
   “영화에는 이런 거 없었는데.”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정우가 말했다. 은수가 정우의 팔을 툭 쳤다.
   “이제 뭐해야 돼?”
   “뭐해?”
   “신문지에 구멍 뚫고 보면 돼.”
   정우가 핸드폰으로 찾아보며 말했다.
   “신문지?”
   “그게 뭔데?”
   “이런 거.”
   정우가 둘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핸드폰 화면에 어떤 남자가 커다란 종이에 뚫린 구멍으로 은행 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모두 함께 주위를 찾아봐도 신문이 없었다. 의자 옆 책꽂이에 무거운 책들이 한가득 있었다.
   “어? 없는데.”
   “이거 어떻게 뚫어?”
   준호가 두꺼운 책을 들고 물었다.
   “어어, 있어야 되는데.”
   정우가 당황한 얼굴로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은수가 은행 안을 둘러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준호와 정우를 보았다.
   “어떻게 하지?”
   “그냥 있으면 안 돼?”
   “그러자.”
   정우도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의자에 다리를 달랑거리며 앉아있었다.
   “근데 우리 언제가?”
   “지금 가면 안 돼?”
   “가자.”
   셋이 발딱 일어섰다. 문 앞에 있던 경찰 옷 입은 아줌마가 우리를 보더니 인사했다.
   “벌써 가니?”
   “네. 수고하세요.”
   은수가 예의 바르게 아줌마에게 고개를 숙였다. 은행의 계단을 내려오면서 준호와 정우를 돌아보았다.
   “우리 안 들켰겠지?”
   “안 들켰을 거야.”
   “안 들켰어.”
   셋이 서로를 쳐다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이터에 도착하자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숨을 돌리고는 서로 머리를 맞대었다. 회의가 끝나자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은수가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보자 준호와 정우가 어린이집 가방을 흔들며 멀어지고 있었다.


   다음날 셋이 놀이터에 다시 모였다. 은행으로 출발하기 전에 준비물을 체크했다.
   “총.”
   “여기, 마스크.”
   “여기, 선글라스.”
   “여기.”
   은수와 준호, 정우는 가방에서 장난감 총과 마스크, 선글라스를 하나씩 꺼내놓았다. 그리곤 준비물들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은수가 가방의 지퍼를 닫으면서 애들을 둘러보았다.
   “이제부터 우리는 암호로 부른다. 나는 1호.”
   “나는 2호.”
   준호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3호.”
   정우도 앞으로 손을 들며 소리쳤다.
   “각자 할 일은 알겠지? 나는 은행에 들어가면 의자에 올라가 소리친다.”
   은수가 말을 하고 준호를 쳐다봤다.
   “나는 창구에 가방을 주고 돈을 받아와.”
   준호가 두 손으로 가방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는 문을 지켜.”
   정우가 장난감 총을 두 손에 꼭 쥐고 말했다. 은수가 준호와 정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호가 돈을 받아오면 같이 은행을 나와.”
   “은행을 나오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어.”
   “그리고 도망치면 돼.”
   “완벽해.”
   셋이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은수가 벌떡 일어나 가방을 둘러메고 외쳤다.
   “출발!”
   “근데 모자는 어떻게?”
   “그냥 쓰고 가자.”
   “그래.”
   “그래.”
   은수와 준호, 정우는 어린이집 모자를 쓴 채 팔을 흔들며 씩씩하게 걸어갔다.
   은행이 있는 건물에 도착하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곤 화장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셋이서 은행의 문을 열어젖히고 뛰어들었다. 어제 본 경찰 옷을 입은 아줌마가 우리가 들어오는 걸 보더니 웃으며 다가왔다.
   “너희들 또 왔네?”
   “안녕하세요.”
   모두 고개를 꾸벅하고 인사했다.
   “오늘은 어떻게 왔어?”
   “은행 털……”
   3호가 말하려는 순간 2호가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그냥 놀러……”
   2호의 입을 막고 1호가 말했다.
   “창구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아줌마가 어떤 기계 앞으로 가더니 번호표를 뽑아주었다. 번호표를 쥐고 셋이 의자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띵동, 하는 소리에 3호가 벌떡 일어섰다.
   “우리 차례다.”
   1호가 장난감 총을 들고 의자 위로 튀어올라갔다.
   “꼼짝 마! 우린 은행 강도다. 시키는 대로 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1호가 총을 겨눈 채 애들에게 소리쳤다.
   “2호.”
   2호가 응, 하더니 가방을 들고 창구로 갔다.
   “3호.”
   “아, 맞아.”
   3호가 장난감 총을 들고 뛰어가 은행 문을 등지고 섰다. 2호를 돌아보니 창구에 가방을 올려놓으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걸 본 창구 직원이 2호의 가방을 받아주었다.
   “너희 뭐 하니?”
   경찰 옷을 입은 아줌마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깜짝이야.”
   1호가 펄쩍 뛰며 놀랐다. 그리곤 장난감 총을 겨누며 말했다.
   “저희 은행 터는 거예요.”
   “은행을 털어?”
   “네. 은행 털어요.”
   “그래? 그거 힘든데.”
   아줌마가 빙긋 웃으며 1호를 쳐다보았다.
   “힘들어요? 정말요?”
   “응, 힘들어. 은행 털다가 다치기도 해.”
   아줌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다쳐요?”
   1호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응. 아줌마같이 은행 터는 걸 막으려는 사람도 있고.”
   아줌마가 말하면서 허리에 찬 총을 툭툭 쳤다. 아줌마의 총이 장난감 총보다 훨씬 컸다. 1호는 저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저 무서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그때 어떤 아저씨가 문을 열고 은행으로 들어왔다. 문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그 앞에 서 있던 3호가 넘어졌다. 그걸 본 아저씨가 놀라 3호를 일으켜 세웠다.
   “얘, 괜찮아? 안 다쳤어?”
   아저씨가 일으켜주자 3호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네, 안 다쳤어요. 감사합니다.”
   3호는 아저씨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문 앞에 있으면 다쳐. 저쪽 옆에 가 있으렴.”
   “네.”
   아저씨의 말에 3호는 문 옆으로 물러섰다. 그걸 보고 1호가 소리쳤다.
   “야, 너 뭐해?”
   “아저씨가 들어오잖아.”
   3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그때 2호가 가방을 들고 1호에게 다가왔다.
   “은수야 돈 받아왔어.”
   “1호라니까. 1호.”
   1호의 말에 2호는 아차 하며 제 머리를 쳤다.
   “맞다. 1호. 1호야. 돈 받아왔어.”
   2호가 가방을 들어 보였다.
   “준호야. 돈 받아왔어?”
   어느새 다가온 3호가 2호에게 물었다.
   “2호라니까. 2호.”
   1호의 말에 3호도 아차 하며 머리를 쳤다.
   “맞다. 2호. 미안해 은수야. 2호야. 돈 받아왔어?”
   “응. 돈 받았어.”
   2호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가방을 들어 보였다.
   “그럼 우리 뭐해?”
   2호가 1호를 쳐다보았다.
   “우리…… 도망쳐야 돼.”
   3호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도망치자.”
   “그래 도망.”
   “가자.”
   1호가 의자에서 내려오자, 셋이서 같이 은행을 나섰다.
   “너희 가니?”
   경찰 옷을 입은 아줌마가 웃으며 인사했다.
   “네, 안녕히 계세요.”
   셋이 같이 아줌마에게 인사했다. 아줌마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은행 문을 나와 건물 모퉁이를 돌자 3호가 불러세웠다.
   “잠깐만.”
   “왜?”
   “우리 선글라스와 마스크 벗어야 돼.”
   “아, 맞다.”
   건물 모퉁이에 서서 차례차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다. 큰길로 나와 뒤를 돌아보았다. 경찰 옷을 입은 아줌마가 문을 열고 쳐다보고 있었다. 3호가 아줌마를 향해 다시 꾸벅하고 인사를 했다.
   “우린지 모르겠지?”
   “마스크 벗었잖아.”
   “선글라스도.”


   놀이터에 도착하자 바닥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가방을 가운데에 놓고 셋이 둘러앉았다.
   “돈은?”
   “여기.”
   “성공이다.”
   1호가 가방의 지퍼를 찌익 하고 열었다. 안에 만 원짜리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이게 다야?”
   “응. 은행도 돈이 없대.”
   2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다들 카드 쓰잖아.”
   3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카드가 뭔데?”
   “뭐지?”
   “나도 몰라. 근데 다들 쓴대.”
   “누가?”
   “엄마가.”
   3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1호, 2호, 3호는 앞에 놓인 만원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이제 어떡하지?”
   “과자 사 먹자.”
   “그래, 가자.”
   셋이서 발딱 일어나 놀이터를 떠났다.

임정연

세상에는 다양한 소설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중에서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책을 읽다가 혼자서 킥킥 웃게 되는 소설. 나도 모르게 밤새워 읽게 되는 소설. 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

2020/02/25
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