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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 3년, 우리의 연극을 돌아보다

연극in 웹진 편집부 X 편집위원회

예준미_정리

제199호

2021.04.29

웹진 연극in은 ‘미투 이후 3년, 우리의 연극을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기사를 연재합니다. 그 두 번째로 웹진 연극in을 만들고 있는 편집부와 편집위원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웹진 연극in 편집부
일시 : 2021년 4월 6일 오전10시
장소 :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
참석 : 강보름(본지 편집위원), 김신록(본지 편집위원), 김상민(서울연극센터, 웹진 담당), 김지성(사진담당), 예준미(본지 에디터)
진행 : 정진세 (본지 편집장)
#웹진 #연극in #미투 이후의 연극매체
진세
오늘은 연극in을 같이 만드는 사람들이 '웹진'이라는 창을 통해서 바라본 ‘미투 이후’에 대한 연극과 웹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로 기획이 됐습니다. 지금의 편집부와 편집위원회는 155호부터 199호까지 대략 웹진의 역사 중에 1/4 정도를 함께 했더라고요. 발행호별 컨텐츠 내역들을 살펴보면, 2019년 3월부터 지금까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미투, #페미니즘 #퀴어, #젠더, #장애, #배리어프리, #세월호, #청년, #10대, #관객, #코로나, #기후위기, #예술학교, #창작과정 등의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젠더 이슈에 대한 연극 혹은 관점이 두드러졌고, 장애 혹은 배리어 프리를 다룬 기사들도 많았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그러면서 연극의 위기나 기후위기와 같이 연관된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2019년 3월에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으로 “미투 이후1년, 연극은 달라졌는가”를 선보였는데요, 그 개관기사에서 보름 위원님은 연극in이 “관객을 좋은 연극으로 안내하는 네비게이터”라는 소개문을 지적하면서, ‘좋은 연극’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해야 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기존의 완성도 있는, 검증된, 유명한 제작진이 만든 연극에 대해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었죠.
보름
제가 알 수 있는 연극은 제작극장의 라인업으로 홍보가 되는 작품들, 자동적으로 메일링이 오는 작품들, 아니면 SNS에서 볼 수 있는 지인들의 작품들인데요, 그것 외에도 접하기 어려운 공연들을 연극in에서 다루게 되면서, 이런 공연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어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연극 매체인 연극in의 취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록
저는 ‘미투 이후 1년’ 기획에서 ‘학내 미투 좌담회’ 기사와 작년 ‘일그러진 학생 예술가의 초상’ 기획기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예술가를 연극in에서 호명했다는 점에서요. ‘연극인(in)’ 제목을 들으면 저는 직관적으로 연극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걸로 느껴집니다. 이 매체에서 누구의 작업을 다루는가, 누가 포함되고 호명되는가,이 매체가 규정하는 연극인(in)의 바운더리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매체에서 처음으로 예술학교 학생들을 연극인으로 호명한 것 같아서 의미 있었습니다.
#대화 #배우가 만난 배우 #연극인이 만난 사람
진세
연극계 현장의 변화와 연극in의 반성이라는 기조에 맞춰 편집위원회가 실행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대화] 코너가 그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록 위원님도 계속 배우님들을 만나오셨잖아요. 어떤 변화를 체감하였나요.
신록
'배우가 만난 배우' 코너를 기획하고 제안했던 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어요. 저에게 편집위원 제안이 온 것이 2018년이었죠. 그 때만 해도 배우가 연극의 당연한 주체가 아니라 수단이나 대상으로 바라봐진다는 억하심정이 있었어요. 미투 이후에 그런 문제의식이 강해졌고요. 실제로 미투 이후에 공공의 영역에서 배우에게 발언권이 주어지기 시작했고요. 이런 맥락에서 웹진에도 배우가 배우를 만나는 코너가 있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만나서 낭만적인 얘기 말고 연기라는 업(業)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최근에는 그간 연극인에서 다뤄야 할, 만나야 할 배우를 내가 너무 편협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에 대해서 학술적, 개념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배우를 만나다 보니까 특정학교의 배우들, 고학력의 배우들을 주로 만나게 되고.... 개념적으로 분석하는 사람들 위주로 만나게 되는 거죠. 사실 예술이라는 게 다른 방식의 말하기를 발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혹시라도 이 코너가 계속된다면 좀 더 자기만의 언어로 연기 이야기를 풀 수 있는 배우, 연극이라는 고정된 바운더리에 갇히지 않은 배우, 제작극장이나 상업극단에서 주로 작업하는 배우 등도 만나고 싶어요.
진세
상대적으로 독자들이 이 코너에 많은 응답을 주고 계시는데요. 취지를 말씀주신 대로 배우가 대상화되지 않고 주체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대상화 혹은 낭만화 된다든지 하는 우려는 없을까요.
신록
다른 매체에서도 배우를 인터뷰 많이 하니까요, 여기서는 다른 관점이나 다른 맥락을 들을 수 있어서 참여하시는 배우분이나 독자들이 신선해 하시는 것 같아요. 코너 명이 인터뷰가 아니고 대화니까 코너를 진행한 저에게도 유효한, 그러니까 상호간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현장의 대화가 끝나도 다시 전화해서 추가로 이야기를 이어갈 정도죠. 독자들에게도 대화하는 감각으로 가 닿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이 기획이 미투 이후에, 그간 소외되었던 배우의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기획되었던 거라, 2020년 코로나 이후에, 연극이나 연기에 대한 감각이 확연히 달라진 지금도 이 코너가 혹은 이 코너의 관점이나 접근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진세
매호 ‘대화’를 대개 지성 작가님이 사진 촬영하셨는데요. 편집부가 매번 현장에 같이 있지 않아서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또한, 지성 작가님은 이전의 편집부에서도 함께 하셨잖아요. 그래서 웹진의 변화 같은 게 느껴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지성
이전과 차이가 있죠. 그전에는 ‘핫’하거나, 배우가 아니더라도 업계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분들 모셔서 그들의 역사를 듣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서 대학로에 들어오게 됐고,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고. 그런 얘기를 풀어나가는 시간이었다면, 신록 배우님이 할 때부터는 배우의 연기론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거기서 오는 신선함이 있었죠.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배우들의 이야기는 사진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거든요. 초반에는 대화가 끝나고, 포즈를 요청해서 따로 찍기도 했어요.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기엔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죠. 독자분들도 ‘배우’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되었을 것 같아요.
진세
미투 이후의 연극이라는 게,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것 혹은 어떤 이상적인 형태로 전달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어떤 면면을 갖고 있는지를, 웹진에서 정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많이 윤색되거나, 단순히 글로 풀어내는 작업으로만 국한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성 작가님께서 어떤 내용은 영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을 주셨는데, 그건 아마도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감각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지성
현장에서 느끼는 생생한 감각을 웹진에서 보여주지 못할 때가 더 많기도 하거든요. 물론 다 녹화해서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영상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새로운 전달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 같아요.
#리뷰 #젊은필자 #당사자성
진세
이전에는 웹진의 고정필자와 창작진의 대화로 리뷰를 구성했는데요, 2019년부터는 매 호 3편 이상씩, 많게는 10편에 이르기까지 공연 ‘리뷰’가 실렸습니다. 그게 가장 큰 변화였다면 변화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앞서 강보름 위원님이 말씀하셨듯이, 연극인(in)이 모르는 연극을 발굴하여 소개하자는 취지가 강했고, 더불어 필자들을 발견하자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매 호당 고정필자가 아닌 새로운 필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공연을 보는 관점 또한 다양해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편집회의에서 개성 있는 필자들이 많이 추천되기도 했고요, 편집부에서도 필자를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작품에 대한 당사자성, 혹은 감수성을 가진 필자를 섭외하려고 했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젊은 필자들이 많이 호명되셨던 것 같고요. 그분들이 글을 작성할 때도, 기존의 비평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권해드렸습니다. 예준미에디터님은 2019년과 2020년에 필자로 리뷰를 써주셨더라고요. 당시에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준미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면을 얻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공부는 해놓고서 내가 글을 쓰고 벌어 먹고살 수 있을까 하던 차에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는 솔직히 좀 무서웠던 것도 있어요.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발행되는 잡지니까 좀 정형화된 글을 써야하나? 공식적인 문체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웹진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솔직히 그랬어요. 기성의 매체에서 볼 수 있는 선생님들의 느낌은 아니었던 거죠.
지금 에디터로서 새로 필자를 섭외하면서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한테 연락했을 때도 비슷하게 느끼시더라고요. 다양한 글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거. 오히려 안전하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요새는 필자를 섭외할 때 다양한 시도를 할 만한 분들을 찾고 있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비평가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진세
안전하다고 느꼈던 감각이 궁금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준미
내가 글을 어떻게 써도 적정선에 맞추어서 나한테 다시 제안을 줄 수 있다는 느낌. 올라가는 글을 보면 고심해서 수정한 게 보이니까요. 글에 손을 댄다는 게 ‘이걸 왜 고쳤지? 왜 그랬지?’가 아니라,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파트너쉽의 느낌이 미묘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경험이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그런데서 오는 안전감이 있었어요. 글을 쓴다는 게 어떻게 보면 기준이 없는 일이잖아요. 어찌보면 나의 글을 공개한다는 게 무서운 일인데, 편집부가 어느정도 완충작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과도 이어지고요.
진세
글을 집필할 수 있는 시간이나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했나요? 이건 필자일 때와 에디터일 때가 서로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준미
공연 일정, 편집 일정이 있다 보니까 빠듯한 경우도 있긴 있었는데, 서로 감안하고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웹진에서 다루는 연극이 대부분 공연 기간이 짧은 편이잖아요. 그리고 대체로 젊은 필자들은 글을 쓰면서 고료를 받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되니까, 보상의 적정성, 그 충분함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는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보름
어떤 필자의 경우에는 하나의 리뷰를 쓰기 위해서 2주정도 도서관에서 관련된 논문, 그 팀의 기존 리뷰 등을 다 찾아보는 방식으로 사전 작업을 하시기도 한다고 해요. 웹진의 필자 중에서는 글을 쓰는, 글 노동자도 있는 거죠. 고정으로 필자를 하게 되었을 때, 그 활동만으로도 자기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세
그 말씀에 공감이 되고요, 다양한 필자가 있는 만큼 다양한 글쓰기와 집필노동이 발생할 텐데, 어떤 분은 즐겁게 쓰는 하나의 경험 차원이지만, 어떤 분은 굉장한 노동이나 시간이 투여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죠. 더 많은 원고료를 드리고 싶은 마음인데요, 웹진의 예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원고료니까... 작품을 많이 다룰수록 그만큼 전체 파이가 줄어들게 되어서 거기서 오는 딜레마도 있는 것 같아요. 전문 비평가와 비전문 필자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고요. 이 업계 혹은 예술계에서 원고를 쓰는 필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고 있는가를 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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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초상권 #민감성
진세
연극in은 작년부터 얼굴 사진이 아니라 다른 이미지도 필자사진으로 할 수 있도록 제안을 드리고 있어요. 예전과는 다르게 자신을 알리는 것만큼이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한 화두가 된 것 같고요, 더 이상 연극 혹은 연극을 다루는 매체가, 노출이나 홍보에 방점이 있기보다는, 다른 관점이나 감각이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성 작가님이 받는 요청 중에, ‘얼굴이 나오지 않게 찍어달라’는 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물의 얼굴을 찍으러 온 건데, 얼굴을 찍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편집부가 죄송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필자와 출연자의 권리만큼이나 독자분들의 볼 권리가 충돌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지성
저는 불편하거나 하진 않아요. 되게 다양한 사유가 있죠. 그냥 얼굴 공개를 꺼리는 경우도 있고, 별다른 이유 없이 나오고 싶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 경우에 아예 빼거나 뒷모습만은 괜찮다, 손만 나오는 건 괜찮다는 식으로 말씀을 주세요.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장 아쉬운 건 독자들이죠. 글을 읽었는데 사진이 없으니까 그 생생함이 떨어지는 거죠.
신록
근데 저도 갑자기 사진 찍는다고 하면 싫거든요. 사전에 동의가 되고 준비가 되거나 혹은 찍고 나서 나중에 매체에 실리는 사진을 최종 컨펌을 할 수 있다거나 사진 선택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청탁과정에서 사진촬영에 대해 그 조건들이 잘 전달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사진은 그렇다 쳐도 영상으로 넘어간다고 하면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더 세심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고요. 그냥 당하는 입장이 아니고 같이 만들었다는 감각을 계속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준미
웹진에 새로운 영상 코너가 생겼잖아요. 코너를 준비하면서 계속했던 생각은, 과연 웹진에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공개됐을 때, 유입 경로를 특정할 수가 없고, 유입되는 대상들도 너무 불확실한데... 소위 말하는 ‘좌표 찍히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예측할 수가 없거든요. 모르잖아요. 영상이 공개되고 글이 올라가면, 어떻게 보면 박제되는 것인데, 그랬을 때 웹진 편집부가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웹진 기사가 SNS에 공유되어 올라갈 경우, 다른 데서 이 기사를 특정 목적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등등, 그때마다 필자와 소통을 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그 지점이 많이 조심스러워요. 진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모호하고 불확실한 부분이 많은 거죠. 필자분이 더 불안하실 텐데 확신을 줄 수 없는 상황도 있고요.
진세
필자 혹은 발화자의 보호가 점점 중요하다고 느끼는 게, 웹진에서 점점 다양한 주체들을 다루잖아요. 미투 운동의 당사자, 피해생존자를 비롯하여 퀴어, 장애인, 10대, 학생예술가 등 여러 발언자들이 나오는데, 그런 상황에서 발언권과 초상권은 기존에 통용되는 방식과는 다른 맥락을 갖게 되더라고요, 유명한 사람의 권위 있는 발언이나 얼굴을 싣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전달하고 호소하는 사람의 모습이 나오게 되는 상황인 거죠. 더욱 세심한 민감성이 요구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in이 일종의 연극동네의 매체, 그러니까 로컬채널이기도 하고, 미투 이후에는 안전한 발언 공간으로 인식이 되었는데요, 한편으로 그게 유튜브와 같이 전국구 채널이나 SNS로 확장됐을 때, 과연 그 안전한 감각이 유지될 수 있을까, 기존의 매체처럼 법률자문이나 법적인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필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실질적인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은 기사를 수정하거나, 내리는 방식이 그나마의 안전장치인데, 결국은 이 또한 독자들의 볼 권리나 표현의 자유, 검열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연극in 내부에서 철저한 발행지침도 필요하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작동해야 하는 매뉴얼도 있어야 하고,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안전망도 확보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메타비평 #댓글 #소통 #반론권
진세
필자의 표현을 존중하는 문제와 창작자의 반론할 권리를 어디까지 해야 할 건지가 관건인데요, 최근에는 이게 창작 지원사업 문제와도 연관이 되더라고요. 부정적인 기록이 있으면 지원사업 받을 때, 안 좋게 작용할 거라는 판단이 있는 지, 젊은 창작자들이 꽃점, 리뷰 내려달라는 요청도 있거든요. 연극in은 연극동네의 한 채널일 뿐인데, 그게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공공기관의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인지 너무 영향력이 크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웹진이라는 매체 특성상, 항상 기록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그런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 불만이 있을 때 그 지점을 편집부에서도 수용하고,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권리로 제안 드렸을 때도, 외려 그러한 반론권을 쓰는 창작자는 한 팀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마저도 중간에서 편집부가 중재를 잘하지 못하는 바람에 최초 기사를 썼던 필자께 마음의 상처를 드리기도 했고요.
준미
글을 써서 올리고 반박이 올라오면, 글과 무형의 무게로 맞붙더라고요. 공연은 끝나고 사라지잖아요. 개인의 경험으로 남아있는데 그게 동등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 그런 의도로 만든 거 아니야’라는 반박이 들어왔을 때 지면을 내어주면. 글에는 글로 맞붙는 문화가 필요한데 왜 그런 게 없지? 만약에 가능하다면, 그런 문화를 좀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록
웹진 차원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독자들의 응답을 바라는 마음과 필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상반된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만 하다 넘어가는데, 이에 대한 웹진의 정확한 입장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진세
현장은 건강한 토론과 비평을 바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단은 자기작품에 대한 좋은 리뷰가 올라가기를 원하는 것 같고요. 토론은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되, 온라인에서는 기록이 남지 않길 바라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편집위원회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가길 원하지만, 편집부에서 기사를 청탁하는 과정에서 필자로부터 사회적인 의제나 대의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일말의 토론의 여지가 소거되는 경우도 있죠. 그 의제가 유효한 1, 2년은 어떻게 넘어갈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어요. 고백하자면 편집부에서도 애초에 필자 선택에 있어서, 문제적인 인물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차단하는 경향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안전하다는 감각은 있겠지만, 한편으로 이 안에서 치열한 토론이 적고, 늘 비슷한 의견이나 내용이 양산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신록
매체는 관점이나 지향점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의주장으로 기울지 않았으면 합니다. 살아있는 웹진이 되려면 의견들이 오가면 좋겠거든요. 어떻게 공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입장들이 맞붙어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진세
보름 위원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은 KTS의 미션 중에 안전한 창작환경을 만듦과 동시에 토론을 통한 소통의 문화를 달성하자는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서로 어울릴 수 있을 지입니다. 불편하거나 이상한, 서로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방식은 어떤 게 있는지...
보름
어제도 KTS워크숍을 하고 왔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 현장에서 이런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안전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곳이든 심리적 압박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연극in 에서도 토론문화가 활성화되는 것도 중요한데요, 기본적으로 상대하는 모두가 안전감과 연결감을 느낄 수 있어야 토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반론을 하고 싶다고 느낀 입장에서는, 연극in 웹진이 전문매체이기 때문에, 그 팀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전문 필자에 의해 제기되었을 때, 이를 정정하고픈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극의 언어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팀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 그 팀의 담론을 연극계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길수도 있고요. 젊은 창작집단도 그 팀의 언어가 충분히 고려되었나, 좋은 점도 충분히 고려되었나. 반발감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 #질문과 응답은 계속되어야 한다
지성
지금 찾아보니까 제가 100회 정도를 했더라고요. 107회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저는 웹진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갖고 있는 시선도 확고해진 것 같고요. 점차 연극을 확장해나가는 모습도 좋은 것 같습니다. 사진, 영상, 다양한 플랫폼 등은 여건이 안돼서 못하는 거지, 시도는 많이 하고 있거든요. 언젠가는 자리를 잡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영상 콘텐츠도 안전함의 문제를 고려해서 다시 한번 계획을 점검해봐야 할 것 같아요. 영상의 경우에는 배우가 하는 말을 우리가 실었을 때 그 책임이 배우한테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죠.
신록
웹진에서 새로운 주체를 연극인으로 호명해주는 작업이 이어졌으면 좋겠고요. 호명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지속성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연극’ 잡지의 ‘릴레이칼럼’ 같은 창구가 연극in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웹진은 어떤 방식으로든 더 집요하게 질문해야 하지 않나, 싶은 거예요. 그게 토론문화하고 연결되는 것 같고요. 사실 토론을 못 하는 게, 위험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웹진이니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보름
오늘 나온 얘기들이 더 연결되고 확장되면 좋겠다, 공감을 하면서 들었습니다. 계속 고민할 수 있게끔 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하게 됐고요. 가끔은 저한테 발언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기획 기사가 되게 중요한데 식견이 부족한 내가 이걸 매년 하는 게 맞나? 반성도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 안전감을 확보하면서도 편집위원회 안에서 소통의 창구들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진세
코로나 이후에 편집위원 간에 소통을 많이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많은 부분 신뢰 차원으로 눙치고 넘어가지는 게 많아져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편집위원간의 연결된다는 감각은 생겼지만 실제로 대화는 줄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연극계 현장과 동료들의 안전을 챙긴다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편집부, 편집위원 간의 안전과 소통 문제를 소홀히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편집회의 안팎에서 나눠야 하지 않을까. 미투 이후의 연극은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고 그것은 서로가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말로, 오늘 자리는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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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미

예준미 본지 에디터
글, 사진, 영상 뭐가 됐든 연극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zoommi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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